[연재]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 11화 -

대학저널 / 2019-10-17 09:03:23

< 11화 > 반도체 기업의 인력 고민


반도체 부품 제조 중견업체인 한반기업에서 15년째 인사업무를 하고 있는 이우수 차장은 이사실에서 나온 뒤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문 앞 흡연실까지 걸어 나가 전자담배 입구를 모두 빨아들일 듯 깊이 들여 마시고는 큰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뱉었다.


매년 신입사원을 뽑지만, 일 년에 2/3가량이 이직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이사로부터 “인사 업무를 그리 오래도록 했고, 많은 비용을 들여 어렵게 우수하다는 사원들을 뽑았는데, 매년 많은 인력들이 빠져 나가는 이유가 무언가?”하는 지청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 참. 아쉽고...돌아버리겠네. 사람이 나가는 게 다 인사팀의 잘못도 아닌데....”


이우수 차장은 경영학과를 나와, 회사생활을 하며 자기계발과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석사까지 어렵게 마친 바 있다. 게다가 지역 인사총무협의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 인사제도에 관한 정보와 트렌드를 분석해 어떻게 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사정책을 수립하고 적용시킬까라는 고민을 거듭하며 성실히 살고 있는 ‘인사통’이다. 몇 해전 전문 HR기업의 컨설팅을 통해 한반기업의 인재상과 인사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인사팀장도 있기는 하지만, 인사발령에 따라 2~3년 마다 사람이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에서 만큼은 회사 내에서 이우수 차장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학벌과 스펙이 좋은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 오너와 임원진들의 방침 때문에, 이 차장은 최소한 그러한 기준을 맞추면서도 기업의 문화나 정서에 최대한 부합하는 자질을 갖춘 인력을 뽑으려 했다.


선발 후 체계저인 교육훈련과 멘토링 제도 등도 운영하지만, 짧으면 반년, 길면 1년 쯤 지나면 소위 스펙도 좋고 회사에 공헌할 것이라 기대했던 친구들은 훌훌 퇴사를 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이유는 대기업보다 연봉이 적고 복지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에 몰래 대기업 공채 시험에 합격해 퇴사하거나, 아니면 취업 재수를 위해 고시촌을 간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사실 한반기업은 대도시권에서 벗어나 있어, 교통도 그리 좋지 않고 회사 인근에는 변변한 문화시설도 많이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동종 중견기업과 비교할 때, 상장회사인데다가 연간 매출액도 300억에 이르고 근로조건도 결코 떨어지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조직 이탈자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은 이우수 차장 개인의 고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생산성과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었다.

“대기업이 좋으면 아예 우리 회사에 들어오질 말지, 그만 둘 거 도대체 왜 지원한 거야?”하며 이우수 차장은 혼잣말로 툴툴거렸다.


공채 인력의 손실


지난 봄 회사에서 중장기 미래전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우수한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우수 차장은 이사의 지시로 일간신문과 인터넷 배너에다가 수백 만 원의 비용을 내고 연구개발팀과 생산팀에서 일할 10명의 인력채용 공고를 냈다.


1차 자격조건은 어학점수와 해당 분야의 자격증,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였다. 3주간의 모집 기간 동안 한길 기업의 인사채용 사이트에는 약 500명의 지원자가 서류를 냈다.
이우수 차장은 매일 밤샘 작업을 하며 부하직원과 함께 지원자들의 서류를 출력하고 정리하면서, 청년 실업이 날로 심각해짐을 피부로 느꼈다. 경쟁률도 경쟁률이거니와 지원자들의 스펙이 하나같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지원자들 가운데는 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 타 중견기업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자 등을 비롯해,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만점에 가까운 어학실력을 지닌 소위 유수대학 졸업생 등 내노라 하는 인재들이 다 모인 듯했다.


500명의 지원자 가운데 1/10인 2차 면접시험을 볼 50명을 추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1차 서류 통과자를 취합해 윗선에 보고하고, 다시 선별하고, 다시 보고하고 선별하고...하는 일을 수차례 하다보니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그래도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뽑는 일이기에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다른 자격 요건이 대등한 지원자들 가운데, 자기소개서를 통해 얼마나 열망과 바람직한 태도를 보유하고 있는지, 우리 기업 문화나 정서와 얼마나 부합하는 경력을 갖고 있는지 이사, 부장, 현업부서 팀장들과 토의를 하며 꼼꼼하게 체크하고 선발했다.


이 차장은 지원자들에게 물어볼 면접관들의 다양한 질문과 선발 기준 등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새롭게 만드는데 꼬박 5일간을 매달렸다.


드디어 2차 면접시험일.
50명의 지원자 가운데는 5명은 면접 시험 날 오지 않았다. 사전에 전화로 ‘다른 기업에 합격해서 못 오게 됐다’고 연락이 온 이들도 있었고, 당일 연락도 없이 불참한 사람도 있었다.


2차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최종 관문인 CEO면접 준비를 위해 이 차장은 CEO에게 그간의 선발 과정과 2차 면접 통과자들의 면면을 보고 했다.


“이 차장 고생 많았어요. 이렇게 우수한 인력들을 2차 까지 뽑느라구요. 미래성장전략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핵심 인재를 잘 뽑아 봅시다”하며 CEO는 흐믓해 했다.


하지만 평소 이 차장은 CEO의 인재선발 기준에 다소 의아해 했다. CEO는 소위 학벌에 대한 미련을 많이 두고 있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즉 ‘학력이 좋으면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재’라는 다소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차장의 인재 기준은 학벌보다는 전공능력과 인문사회학적 능력을 조화롭게 보유한 인재였다. 그래서 대학시절 때 얼마나 전공을 깊이 있게 학습 했는지, 그리고 실습이든 인턴 경력이든 실무역량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가 가장 우선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깊이있는 사고와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 문제해결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 기업에 정말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해 왔다.


신입사원 선발 계획 수립부터 CEO면접을 마친 후 최종 선발 공고가 나갈 때까지 꼬박 두 달이 소요되었다. 이 차장은 “부디 어렵게 선발된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자기 보람도 얻고, 회사에 공헌하기를...”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선발된 인력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조직의 사업과 전략, 비전, 문화에 대한 충분한 습득과 체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후 10명의 신입사원은 연구개발팀과 생산팀에 배치되었다.


신입 사원이 현업에 배치되었지만, 각 부서 업무에 대한 교육훈련이 약 2개 월 간 진행되었다. 각 부서 내부의 팀장과 선임자들이 하루에 2시간씩 매주 3일간 교육훈련을 했고, 추후 외부 전문교육기관에 2주 정도 위탁 교육을 진행하기로 프로그램이 짜져 있었다.

이 차장은 신입사원들이 현업 부서에서 잘 적응을 하고 있겠거니 하며 다소 여유를 갖고 생활하던 어느 날, 연구개발팀 현인성 팀장이 이차장에게 저녁 때 모처럼 식사나 하며 이야기를 좀 나누자고 연락을 해왔다.


현 팀장은 이 차장이 회사 내에서 인격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가장 신뢰를 선배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런데 이차장은 전화를 끊은 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들었다.


회사 인근의 선 술집.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 사회, 정치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게 되자 팀장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이 차장. 우리부서 신입사원 2명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하네...”


-다음 화에 계속-


< 연재 보기 >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2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3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4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5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6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7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8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9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0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2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3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4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5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6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7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8화


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9화(마지막회)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