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10개의 서울대?

이승환 / 2022-04-07 06:00:00

사회적인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어 발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사회는 해체의 길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이 우리 사회를 계급 사회처럼 경직된 사회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출신 대학이 어디냐에 따라 취업률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서울대는 1계급, 연고대는 2계급, 서울의 상위 사립대는 3계급이고, 나머지 대학 출신들은 평민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공공연한 사실로 들리겠는가?


얼마 전 이러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김종영 경희대 교수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안이 발표돼 화제를 일으켰다. 지방의 9개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전국에 명문대를 늘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과 대입 시험의 과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읽고 가장 먼저 희망보다는 부정적 생각이 먼저 든 것이 사실이다. 명문대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대학 간 서열화나 격차가 완화되고 대입 경쟁이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집중 투자를 받은 거점국립대만 좋아질 뿐 투자를 받은 대학과 받지 못한 대학 간에 새로운 격차가 생기고, 또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 사립대들의 반발이 매우 심하여 시행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대학은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대학 본연의 모습은 학문의 연구와 심화이기 때문에 누구나 선호하는 대학이 갖는 기본 조건은 학문연구와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특정 대학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으로 일자리 시장에서 특정 대학 출신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자리 시장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몰려들게 되고 그 대학에 들어가려는 경쟁 또한 치열하게 된다.


우리가 ‘명문’이라 부르는 특정 대학 출신들은 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명분으로 ‘학벌’을 형성해 그들만의 일자리 시장을 공고히 한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소위 ‘좋은’ 대학교 출신을 뽑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을 통해 공식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을 좋은 ‘인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강하게 추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측면 때문이 아닐까?


또 수도권에 모든 일자리와 시설들이 편중되어 있는 것도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국립대는 서울의 사립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각 지방에서 공부 좀 잘하는 학생들은 굳이 서울에 있는 사립대보다 학비도 저렴하고 교육 환경도 좋은 지방국립대를 선택하였다. 지방 소도시라 할지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히 일자리와 각종 서비스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사람들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이것이 지방국립대보다 서울의 사립대를 선호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대학의 공고한 서열체계를 깨기 위해 10개의 서울대를 만들기보다는 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여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고, 뚜렷하고 명확한 채용기준을 만들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갖을 수 있는 투명한 채용 경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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