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거짓말의 힘

이승환 / 2022-03-31 06:00:00

내일은 만우절이다. 백과사전을 펼쳐 만우절의 유래를 찾아보니 유래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6세기 무렵, 유럽에서 1년의 시작으로 여겼던 부활절의 날짜가 3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해마다 들쭉날쭉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 왕국의 샤를 9세가 1564년, 1월 1일을 새해로 선포했다.


하지만 당시의 정보 전달은 지금과 달리 아주 느렸기에 발표 이후에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었고, 아일랜드의 구교도들처럼 왕의 선포 이후에도 바뀐 사실을 무시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 새해 시작의 날짜가 바뀌었던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뀐 것을 모르고 있던 이들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하며 내심 비웃든가, 신년 파티에 초대하고 나서 바람맞히거나 가짜 새해 선물을 보내는 등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일부러 골탕먹인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현재의 만우절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이때 거짓말하는 것은 오전까지만 허용된다는 조건이 있었던 듯하지만 미국으로 넘어오며 시간 제한이 사라졌고, 그것이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매년 4월 1일에만 거짓말같이 나타나는 작은 나라가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라는 나라 속에 있는 우주피스(Užupis)공화국이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지역 유대 인구 대부분이 나치의 대학살 때 사망했고, 소련의 강제 점령으로 폐허가 되었지만, 버려진 빈집들에 예술가와 보헤미안이 찾아들면서 파리의 몽아르뜨, 우리나라의 헤이리 예술인마을처럼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자우롭게 활동하고 있는 작은 동네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나라는 아니지만 1997년 4월1일 독립 공화국을 선언한 이후 매년 4월 1일 24시간 동안만 이 동네는 마치 하나의 작은 나라처럼 여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한다. 형식상으로 그들만의 대통령, 국기, 10여 명의 상비군, 헌법, 화폐도 있는 국가체계를 갖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500명 이상의 대사를 파견하기도 한 나라인데, 흥미로운 것은 벽면에 한글로 씌여 있는 41개의 헌법 내용이다. 아마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기에 반가운 한글로 이들의 헌법을 볼 수 있는 것이리라.


‘모든 사람은 겨울철 온수와 난방과 기와 지붕을 가질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실수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게으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이기려고 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헌법 조문 하나하나 멋지고 낭만적인 헌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주변을 살펴보아야 하고 실수했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 때로는 지친 몸과 마음이 재충전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쉴 수 있게 하여야 하고 우리 모두가 같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남을 짓밟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이뤄지는 거짓말 같은 나라에 산다는 상상만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만우절이 어떻게 추억될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 학창 시절 무서운 선생님들을 유일하게 골탕먹이고 하루종일 수업을 안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온갖 장난을 쥐어 짜내던 추억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 시국에서는 수업 중 장난은커녕 예전처럼 매일 마스크 없이 등교하던 때가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져 만우절 같은 장난기 가득한 날이 더 서글프기도 하다. 이런 때에는 오히려 거짓말이 때로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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