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화 > 대학-기업 상생? 부서의 반발
그러던 어느 날. 이우수 차장에게 평소 산학협력을 관계를 맺고 있던 한미래 대학의 박지도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교수들 현업부서는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간간이 수행할 뿐 아니라, 한미래대학 학생들도 매년 적잖이 채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반기업은 이 대학이 보유한 고가의 제조장비와 실험 기구 등도 활용하는 등 인적, 물적인 교류를 많이 해오고 있는 터였다.
“이 차장님 안녕하세요. 박지도 교수입니다. 잘 지내시고, 요즘도 인사업무 건승하고 계시죠?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우리대학이 정부의 장기현장실습제도 공모에 선정되었습니다. 이거 준비하느라 몇 달 동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소식 들으셨겠지만, 이제도는 학생들의 전공 및 실무능력 향상과 더불어 기업들에게도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고 채용함으로써 인력난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어 많은 대학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대학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기업에 적극적 도움을 요청드릴까 합니다.
장기현장실습제도 운영을 위해 센터도 만들고 우수한 산학협력교수님들도 많이 선발했습니다. 조만간 이사님 등과 같이 미팅을 했으면 합니다.”
며칠 후 한정식 집에서 박교수와 황상무, 그리고 한길기업에서는 경영지원이사와 인사부장, 이우수 차장이 함께 모였다.
장기현장실습제도에 대해 박교수와 황상무가 번갈아가면서 설명을 했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 경영지원 이사가 말을 꺼냈다.
“네 두 교수님 말씀 감명 깊게 잘 들었습니다. 아주 좋은 제도인 것 같군요. 잘 아시겠지만 신입사원들을 어렵사리 뽑고 나면 반년 또는 일 년 정도 지나서 퇴사를 많이 합니다. 물론 우리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높은 학점에 다양한 스펙 등을 보유하고 있어 가급적 오랜 기간 우리기업에 근무하면서 역량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고 뽑는데요…….연봉 등 근무조건이 더 좋은 대기업을 간다며 그만두는 친구들이 생길 때마다 힘이 빠져요.
체계적으로 일을 가르치고 교육을 시켜도,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퇴사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우리가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요…….요즘 젊은 친구들이 너무 끈기가 없고, 돈에만 목적을 두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우수 차장도 인력채용 성과에 항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요…….”
황상무도 한마디 거들었다.
“네. 저도 인사업무를 수십 년 간 해왔지만, 인력 채용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학벌만 좋으면 무조건 일을 잘 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학력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경험 등이 훨씬 더 중요하죠.”
많은 논의가 오간 끝에, 한반기업은 한미래대학과 협력해 장기현장실습제도를 진행하기로 했다.
며칠 후 ‘한미래대학 장기현장실습’ 실무팀장을 맡게 된 이우수 차장은 현업 부서팀장 5명과 미팅 진행했다. 한미래대학의 제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장기현장실습생이 수요인력 인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업부서 팀장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우리기업과 친분이 있고, 또 아무리 공부 잘하는 고학년 학생들을 보내준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대학생들인데 얼마나 제대로 일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연구개발팀 현인성 팀장은 이우수 차장을 따로 휴게실로 불러서는 장황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이 차장. 한미래대학과의 협력을 위해 이사님과 잘 논의 했겠죠. 그런데 우리가 대학생들을 장기로 활용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질까요? 잘 아는 것처럼 여러 채용제도를 통해 들어온 직원들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학생들을 향후 잠재적인 공식 직원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활용한다…….자칫하면 6개월 동안 실컷 가르쳐만 놓았는데, 그냥 떠나버린다면, 우리 회사가 오히려 손해 아닌가요?
한 팀장은 장기현장실습생을 받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사님께도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다른 부서는 몰라도, 자신의 부서는 회사의 중요 기밀사항을 다루는 곳인데, 미숙한 대학생들에게 일을 시키고 또 잠재적인 직원으로 기대하고 일을 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우수 차장은 “팀장님. 그래도 우리와 친분이 두터운 대학의 간곡한 부탁이고, 또 다른 채용제도에 비해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번 생각해 보시죠”라고 힘없이 말하고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현팀장은 ‘현장실습’에 대한 투라우마가 컸다. 그의 외사촌 아들이 특성화고 학생 시절 과로사로 병원 신세를 진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지방의 특성화고에 다니던 외사촌 아들은 3학년 때 학교에서 보낸 대기업체 자동차 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에 쓰려졌다. 원인은 과로였다. 일반 생산직 노동자도 하기 어려운 주야 맞교대 업무를 수개월 동안 하다가 벌어진 사건이었다.
외사촌 아들을 보낸 곳은 형식적으로는 대기업이었지만, 실제로는 하청기업에서 일을 하게 됐다. 또한 전공과 맡지 않은 일을 시킨 것도 문제였다. 자동차 디자인이었지만 도장 업무를 함으로써 일도 생소했을 뿐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물질에 무방비로 놓은 작업현장에서 일했던 것이다. 근 한 달간 병원신세를 진후에야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외사촌 가족들과 또 다른 특성화고 학생들의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대책협의회를 만들어 문제의 대기업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매스컴에서도 연일 방송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며칠 후 황상무는 한반기업을 방문해 이우수 차장, 현인성 팀장을 비롯한 현업부서 팀장들과 면담을 했다.
“지난번 경영지원이사님과도 논의를 해서 우리대학과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현업부서 팀장님께서 좀 동의하시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해서, 제가 직접 설명을 드리러 왔습니다.”
황상무는 말을 이어갔다.
“장기현장실습은 매우 체계화된 프로그램입니다. 무작정 학생들을 기업체에 보내서 형식적으로 현장실습을 하게하고 학점을 주지 않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학생이 원하는 기업과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역량을 보유한 학생을 대학이 매칭을 시켜주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매칭은 우리와 같은 산학협력교수들이 학부와 전공별로 역할을 분담해서 학생들을 상담하고 기업과 정보를 공유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기업은 대학의 장기현장실습제 포털 사이트에다가 원하는 학생의 자격 요건과 더불어 학생이 장기간 동안 수행할 업무에 대한 직무명세서와 직무기술서를 올립니다. 더불어 회사의 위치와 업종, 종업원 수, 상장 유무 등 기업 현황을 올려놓습니다. 학생들은 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기 소개서를 등록해 놓고, 기업 리스트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직접 찾아보고는 우리 센터를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거죠.
그러면 서로 궁합이 맞는 기업과 학생을 매칭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은 학생들을 기업에 보내놓고 뒷짐만 지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월별 계획서와 일지를 작성해서 우리 센터에 보내도록 하고, 교수들은 자신이 맡은 기업을 월 1회씩 방문하여 학생들이 제대로 업무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현업부서와 함께 해결할 점은 없는지 등을 체크해 나갑니다…….”
현인성 팀장과 현업부서 팀장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제도의 위험은 크지만, 한번 황상무님과 한미래 대학을 믿고 참여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우수 차장은 현업부서의 장기현장실습생 필요인력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교육훈련에 대한 설계, 각 부서마다 학생들을 지도할 멘토 선정, 대학과 공유할 자료 작성 등 제반 준비를 하느라 야근이 잦았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처음 시도하는 장기현장실습제가 왠지 한반기업에 큰 선물을 줄 것 같은 기대 때문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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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9화(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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