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학교, 학교도서관이 희망이다 ]

① 인터뷰 – 이승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회장(서울 경신고 사서교사)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는 전국 사서교사 1,067명을 회원으로 둔 학교도서관계 대표 단체다. 2016년부터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승길 회장(서울 경신고등학교 사서교사)은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대여하는 공간이 아닌 또 하나의 교실”이라며 “학생들이 책과 더불어 내적 성장의 기회를 갖고 진로진학의 앞길을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공간으로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날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서에 대한 국민 의식수준은 차츰 높아져 감에도 학교도서관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는 인색한 것이 당면 현실이라고 전한 이 회장은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민·관·학의 공감대 형성과 이에 따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를 소개해 달라.
1998년 창립된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이하 학도협)는 전국 사서교사 1,067명을 정회원으로 둔 학교도서관계 대표 단체다. 연구활동, 교과서 및 전문서적 출판, 사서교사 연수, 국내외 학교도서관 단체와 협력, 기타 학교도서관 발전을 위한 각종 활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을 앞두고 있던 2018년에는 학교도서관 현장의 상황이 담긴 자료를 작성, 입법 관련 관계자들에게 제출해 국회의원 설득과 교육부 협상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5개정 교육과정 학교도서관을 만나다』 『사서선생님과 함께 학교도서관에서 수업하기』 등 학도협이 발간한 도서는 전국의 사서교사들이 오랜 기간 연구를 거쳐 선보인 것으로 학교도서관·사서교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대내외에 환기시키고 학교 교과과정에 꼭 필요한 다양한 도서를 추천해 주목을 받았다.
□ 20년간 사서교사로 일해 오셨다. 수험생, 학부모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신다면?
며칠 전 한 대학교 입학사정관을 초빙해 진학지도 연수를 받았다. 입학사정관께서는 진로의 구체화, 전공 적합성, 자기주도적 학습 등 부분에서 독서를 강조했다. 독서 경험이 내신을 제외한 거의 모든 활동의 첫 단추로 활용되는 사례도 보여줬다.
이는 대학 입시에서 독서가 진로진학의 중요한 계기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라면 특히 특정한 주제를 정해 넓고 깊이 있는 주제 독서를 하면 좋겠다. 나아가 한 작가를 정하거나, 한 시대, 한 국가, 한 사건 등 구체적인 범주를 정하여 책을 읽는 것을 권한다. 독서는 양보다 질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읽고 연관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독서가 좋은 독서라 생각한다.
졸업한 학생들의 대입 면접 경험을 전하며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면접 때면 항상 책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가 학생의 인성이나 진로 개척에 대한 열정, 진로 구체화에 대한 경험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면접 때 비중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예다.
사교육을 통해 단기간 독서 관련 면접 답변을 준비한 학생과 어린 시절부터 책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독을 한 학생의 답변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유려하고 세련되지 않아도, 투박하고 거칠고 서툴더라도 그 안에는 오랜 기간 독서로 쌓은 내공이 스며있다. 책을 통한 내적 성장은 비록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은연중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게 된다.
학교도서관이 그런 학생들의 보금자리다.
□ 수험생들이 대입 준비에 도움을 얻으려면 어떻게 학교도서관을 이용해야 할지.
대입 수시전형에 자기소개서 및 서류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고 3학생들이 도서관을 많이 찾는다. 서류 작성을 하고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위해서이다.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평소부터 꾸준히 자신의 진로진학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좋다. 또한 독서감상문 공모, 백일장, 탐구보고서 대회 등에 참가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희망 학과별 도움이 되는 도서목록은 이미 수험생들도 잘 알고 있다. 그 밖에도 문학과 철학, 역사 등 인문학 관련 책을 꾸준히 읽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 학교도서관이 학교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학교도서관은 또 하나의 교실이다. 도서대여점이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 및 교과 협력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로서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문학, 교양도서를 열람하거나 대출하는 단순한 기능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공동체에 참여해 소통, 공유를 실천하는 기반 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나아가 마을학교와 연계해 학교 밖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사례도 발표되고 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전문인력인 사서교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사서교사는 가르치는 교사, 도서관 경영자, 다른 교과 교사와 협력하는 협력자, 독서와 정보상담을 하는 상담자 등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 그럼에도 당면한 어려움은 여전하다.
현재 10,496개 학교에 독서교육 및 교과 협력수업을 할 사서교사가 없는 상황이다. 이중 6,503개 학교에는 공무직 사서마저 없어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1,563개 초중고등학교에 사서교사는 1,067명, 공무직 사서는 3,993명이 배치되어 있다. 사서교사 배치율은 9.2%밖에 안 되며 공무직 사서와 합치더라도 43.8%에 그치고 있다. 인력 배치 및 구조에 있어 학교도서관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2조는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ㆍ실기교사나 사서(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를 둔다’고 되어 있다. 늦었지만 사서교사가 학교교육에 있어 꼭 있어야 하는 인력으로 인정된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사서교사, 실기교사, 사서 등의 역할구분이 명확치 않은 것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학교도서관도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 전자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디지털교과서도 도입되는데 학교도서관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시설 및 IT 설비도 노후화되어 있다.
교육부 또는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도서관을 위한 목적성 경비가 책정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일정 비율을 학교도서관 운영비로 할애하도록 권고하는 상황이라 예산 확보도 힘든 형편이다.
□ 학교도서관에 인력 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의 전문인력인 사서교사 배치는 학교에서는 대학입시라는 큰 산에 가로막고 있다.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발표될 때면 언론에서 책을 안 읽는 실태를 개탄하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정작 전문인력 양성과 배치에는 관심이 없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어있는 6,503개의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서교사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교원 임용시험에서 사서교사는 정원 외다. 하지만 많은 이가 사서교사 때문에 교과교사 정원이 줄어든다고 오해한다.
잘못된 편견도 바로 잡아야 한다. 사서교사가 필요함에도 정작 자격을 갖춘 교사가 없어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 학부 정원을 늘리기 힘들다면 교육대학원 학생 정원을 늘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대학교에 초등학교 사서교사 양성과정을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 당면한 어려움 해결을 위해 정부 부처를 비롯한 민·관·학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는 인식의 개선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학입시로 인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독서교육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부담스러워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독서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예산이다. 학교도서관의 자료구입비는 학교 기본 경비의 3%를 확보하라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예산을 충족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에는 학교도서관의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서교사 자격을 보유한 교육전문직을 배치해야 한다. 대부분 각 시도 교육청에는 현재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사서가 학교도서관 담당 주무관을 맡고 있다. 주무관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도서관 운영과 시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학도협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 교육부의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2019~2023)에 대한 일선 사서교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개선,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서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따른 교육, 동아리 활동상황 생활기록부 기재 등 교원으로서 교육활동을 담당하는 사서교사 확보 우선 추진’을 명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배치 완료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이 없다.
또 학교도서관 예산에서 ‘학교운영기본경비의 3% 이상을 자료구입비로 필수 편성’한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시설 및 IT설비 개선을 위한 운영비는 빠져있는 것도 추후 개선할 부분이다.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은 5년이라는 긴 기간 추진해 나가야 함에도 계획 전반이 선언적인 문구로 채워져 있어 학교도서관 실무자로서 아쉬움이 많다.
5년 후의 상황까지 고려해 학교도서관의 미래 역할, 지역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의 가능성 등을 현장의 모범사례를 위주로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정보를 찾고 진로를 개척하며, 학생들의 토론과 융합수업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희망하시는 미래 학교도서관, 어떤 모습인가?
요즘 교육계에 새롭게 등장한 이슈가 스마트 교육, 메이커 스페이스 등이다. 이러한 교육활동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기술 습득 측면에 치중해 있다.
앞으로 학교도서관에서 스마트 교육과 메이커 교육을 도입하여 인문학과 기술과학을 융합하는 교육으로 발전시켜야할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교육정보의 허브로서 교무실, 특별실, 교실을 연결 짓는 역할, 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만나는 센터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학도협의 향후 활동 방향과 계획이 있다면.
학교도서관 교육과정을 정립하는 것이 학도협의 향후 과제다. 국어, 사회처럼 독립적인 교과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과목 학습 때 학교도서관의 정보를 활용하도록 협력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학교도서관과 교육과정의 콜라보레이션을 돕기 위해 학도협은 『도서관과 정보생활』에 이어 내년에 『미디어와 정보생활』을 출판할 예정이다. 이 책은 미디어 시대에 학교도서관을 통하여 정보를 찾고 분석, 활용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학교도서관 교과 협력수업 교재, 교과 창체 시간 보조교재로 사용할 수 있고 방과 후 교실 활동 보조교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끝으로 회장직을 마무리하지만 앞으로도 사서교사들이 전문역량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도협이 되도록 회원들과 힘을 모아 활동할 예정이다. 학도협 회장으로서의 직무에 도움을 주신 회원들과 학부모님, 학교도서관 유관 시민단체와 연구모임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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