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성추행 논란, 대학가에도 파장

임지연 / 2018-02-21 14:51:46
구체적인 피해 사례 토대로 경찰 조사 착수 <br>대학 내 성폭력 방지 위해 지속적인 감시와 점검·개선 필요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미투(Me Too·나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 열풍이 검찰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주대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던 배우 조민기 씨의 성추행 논란으로 대학가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조민기 씨의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직 박탈 및 중징계 소식이 전해졌다. 청주대 측은 “성희롱 및 성추행에 대한 신고가 있었고 해당 문제로 인해 학생처에서 조사를 진행, 조민기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2017년 10월 피해 학생들이 대학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측에서 조사를 진행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민기 씨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명백한 루머다.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 수업 중 언행이 문제가 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을 뿐이다. 악성 루머를 양산하는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 씨는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애들이 있더라.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라고 말하며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라고 전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청주대 연극학과 출신 연극배우 송하늘 씨가 자신의 SNS에 조 씨에게 당한 성추행 사실을 밝히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논란은 증폭됐다.


송 씨는 “2013년,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학과 내 조 씨의 성추행이 공공연했음을 언급했다. 또한 “예술대학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송 씨의 글에 의하면 조민기 씨는 청주대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으며,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워크숍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명목으로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셨다고 한다. 송 씨 역시 같은 이유로 친구와 둘이 조 씨의 오피스텔에 불려갔으며, 술을 마신 뒤 자고 가라는 권유에 집에 가겠다고 하자 조 씨가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자신과 친구 사이에 누워 팔을 쓰다듬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전했다.


송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오피스텔로 불러 남자친구가 술에 취한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가슴을 만지고, 성적인 질문을 농담으로 늘어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술에 취한 여 선배를 오피스텔에서 재우겠다는 조 씨의 말을 듣지 않고 깨워 집에 간 이후로 조 씨를 마주치면 은근히 무시를 당하거나 눈치를 받았다고도 서술했다.


송 씨는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며 “공연연습 과정에서도 ‘너는 이 장면에서 이만큼 업이 돼야 하는데 흥분을 못하니 돼지 발정제를 먹여야겠다, 너는 가슴이 작아 이 배역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뽕을 좀 채워 넣어라’ 등과 같은 음담패설과 전 학년이 둘러 앉아있는 자리에서 CC인 여학생들을 지목하며 ‘너는 CC를 몇 번 했으니까 00랑도 자고 00이랑도 잔거야?’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청주대 공식 홈페이지에도 ‘조민기 교수 성추행에 대한 피해사실을 고발합니다’란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실명을 밝힌 글쓴이는 “조민기 교수는 수년 동안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해왔다. 나도 그 피해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민기 교수는 교내 워크숍이나 오디션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는 명분으로, 학교가 아닌 학교 근처에 있던 본인의 오피스텔로 학생을 부르곤 했다”며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민기 교수가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퍼져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연락으로 술자리에 불려갈 때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학우들에게 연락해 함께 가거나 연락을 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조민기 교수와 계속 마주쳐야 했고, 조교를 통해 ‘조민기 교수가 널 찾으니 과사무실로 와라’라는 연락을 몇 번 받기도 해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가야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송 씨와 비슷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서술했다.


성추행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폭로되자 조 씨 소속사는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재 경찰도 조사에 착수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1일 인터넷 게시글과 대학 측의 입장, 언론을 통해 드러난 성추행 의혹 제기 등 수사 단서들을 바탕으로 사실 관계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성추행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피해 사실을 알려도 ‘그 자리에는 왜 갔냐, 왜 가만히 있었냐’는 물음과 질책뿐이었으며, ‘네 몸은 네가 잘 간수해라, 그러니까 네가 조심해라’ 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김신아 연구원은 “교수 학생관계는 이해관계가 분명하고 뚜렷하다. 학점이나 앞으로의 진로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관계에서는 교수도 부적절한 권력관계를 행사하기 쉽고, 학생도 문제제기를 바로 하기 어렵다”며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이나 문화 점검을 해야 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과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교내 성폭력·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상담센터나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 자체적으로 성폭력·성희롱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담센터와 상담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제도가 있다고 모두 잘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와 점검·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피해 사실에 대해 목소리를 잘 내려면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여성주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고, 학교에서도 이와 관련된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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