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국립대에 총장 직선제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과 대학재정지원사업 연계 방안을 폐지, 국립대들이 자율적으로 총장 선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 부활에 따른 부작용과 갈등 재현도 우려되고 있다. <대학저널>이 국립대 총장 직선제 논란 일지와 부활 과제를 짚어봤다.
민주화 바람 타고 '임명제→직선제' 전환
이명박 정부에서 직선제 폐지 유도
교육부에 따르면 1991년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기존 '임명제(교육부 장관 임용 제청→대통령 재가)'에서 직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총장 직선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공존한 것.
즉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 대학운영에 대학 교원 의견 반영, 대학 교원의 참여 의식 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반면 학맥·인맥·지연 등 파벌 형성, 정치화로 교육·연구 소홀, 공약 남발,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임명, 선거 과열, 막대한 선거비용 지출 등은 부정적 요소로 지적됐다.
실제 2011년 A 국립대에서는 총장 선거에 출마한 교수가 동료 교수에게 기프트 카드를 건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행위로 적발됐다. 또한 총장 선거 구성원 투표반영비율을 두고 국립대에서는 교수, 직원, 학생 간 갈등이 반복됐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월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명분은 총장 직선제 부작용 해소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총장 직선제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연계, 직선제 실시 국립대를 대상으로 감점과 사업 선정 제외 등 각종 불이익을 줬다. 결국 국립대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총장 선출 방식을 변경했다.
임용 제청 거부 속출, 간선제로 단일화
국립대 총장 선거 논란은 박근혜 정부 들어 재점화됐다. 교육부가 2014년 공주대 등 일부 국립대들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다.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에서 2명 이상 총장임용후보자를 선출,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용한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1순위 후보자가 최종 임용됐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2015년 8월 부산대 국문과 고현철 교수가 직선제 폐지에 반발, 투신 자살했다. 당시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교내 통신망에 올린 성명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간접선거제도)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약속한 총장 직선제를 지키지 못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교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김 총장이 총장 직선제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러자 부산대를 시작으로 총장 직선제 바람이 확산됐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10월에는 2순위 후보자가 순천대 총장으로 임용된 것. 이에 순천대 교수회가 즉각 반발했고 교육부는 2015년 11월 국립대 총장임용후보자 추천 방식을 '1순위·2순위'에서 '무순위'로 변경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어 교육부는 2015년 12월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법률상 직선제(교수 투표)와 간선제(총장추천위원회 선정)로 이원화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을 대학구성원 참여제, 즉 간선제로 단일화시킨 것이다.

'직선제' vs '간선제', 총장 선출 자율권 보장
현재 공주대, 광주교대, 금오공대, 목포해양대, 방송대, 부산교대, 전주교대, 춘천교대, 한경대 등 9개 국립대들이 총장 공석 사태를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 총장 선출에 따른 갈등과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지난 29일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과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연계가 2018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따라서 국립대는 자유롭게 총장 선출 방식(직선제 또는 간선제)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총장임용후보자 무순위 추천은 다시 순위 추천 방식으로 변경된다.
특히 교육부는 2순위 후보자 임용에 대해 국립대의 의사를 사전에 확인할 방침이다. 즉 국립대가 총장임용후보자를 추천한 뒤 교육부 심의 결과 1순위 후보자가 '부적격', 2순위 후보자가 '적격'으로 판명되면 국립대가 2순위 후보자 임용을 수용할 것인지 먼저 확인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 발표와 함께 총장 공석 사태 해결에 착수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금오공대·부산교대·목포해양대·춘천교대·한경대 등 5개 국립대는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이 완료,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공주대·광주교대·방송대·전주교대 등 4개 국립대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 뒤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했지만, 후보자 재추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금오공대·부산교대·목포해양대·춘천교대·한경대 등에 대해서는 2순위 후보자 임용과 관련, 대학의 의사를 확인하는 서류 보완 절차를 거친 뒤 임용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주대·광주교대·방송대·전주교대 등에 대해서는 '기존 후보자 대상 적격 여부 재심의→후보자별 적격 여부 대학에 통보→대학의 구성원 의견 수렴→적격 후보자에 대한 임용 제청 또는 재추천 요청'이 진행된다.
김상곤 부총리는 "앞으로 정부의 일방적 의사 결정으로 인해 대학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정부의 적폐로 지적된 문제들은 반드시 해소, 대학사회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직선제 부작용, 구성원 갈등 해소 과제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의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국립대들은 일제히 직선제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려도 예상된다. 직선제 부활에 따른 부작용과 구성원 갈등의 재현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제주대는 차기총장 선거(11월 23일)를 2012년 이후 5년 만에 직선제로 실시하지만 학생들이 투표반영비율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제주대 총장선출방식 학생대책위원회는 "총장 선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조직된 '규정개정특별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총장 선출 투표에 학생 참여 비율을 2%로 결정했다. 학생 대표는 더 높은 학생투표참여 비율을 위해 목소리를 냈으나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볼 때 국립대 총장 직선제 부활의 성공과제는 부작용과 갈등 해소다. 만일 직선제 부활과 함께 갈등은 물론 부작용까지 재현되면,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에 총장 직선제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키기 위한 국립대들의 결의와 다짐이 요구된다.
국립대 관계자는 "과거 직선제 시절을 돌아보면 교수 간 파벌이 형성됐고 교수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된 문제점이 있었다"며 "직선제가 성공적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교수뿐 아니라 직원, 나아가 학생까지 동등하게 참여함으로써 구성원 모두의 손으로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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