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전주 LG 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을 두고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즉각 중단을, 보수 성향 교육단체들은 문제점 보완·유지를 각각 주장하고 있는 것. 이에 정부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제도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1월 특성화고 3학년 홍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홍 양은 현장실습을 위해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SAVE팀에서 근무했다. SAVE팀은 일명 상품 해지 방어 부서다. 고객센터 내에서 가장 업무강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심한 부서로 평가받는다. 실제 홍 양은 자살 이전 친구와 가족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양은 학교에서 애완동물과를 전공했지만 전공과 무관한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현재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현장실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이스터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뜻하며 산업체와 연계, 예비 마이스터(Young Meister·예비 장인)를 양성한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하지만 홍 양의 자살 사건 이후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과 함께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본래 의미는 퇴색한 채 '조기 취업' 형태로 변질, 운영되고 있다. 단순히 취업률 제고를 위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동되는 '반 교육, 반 노동' 성격이 분명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중단이 아닌 개선안 마련에만 급급하고 있다"면서 "2014년 이후에만 밝혀진 현장실습생 사망자가 5명이다. 현장실습 문제는 일상의 제도 개선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와 민노총은 "현장실습 노동자는 전공과 관계없는 노동으로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다. 예기치 못한 사고 위험이나 인권 침해, 성희롱 상황에 부딪혀도 스스로 감당할 일로 치부되고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게 한다"며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오면 학교는 취업률이나 학교 이미지를 내세워 불이익을 준다. 교육권도, 노동권도 보장되지 않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마땅히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교조와 민노총은 "청소년 노동자가 안전하고 당당하게 일할 권리, 교육과 노동이 결합된 노동이 존중받는 교육을 받을 권리, 현장실습을 선택할 권리,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전문교과를 익힐 권리, 현장실습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들을 권리,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 ▲직업교육훈련촉진법 폐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교육과정 정상화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 등을 요구했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단체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장실습 제도가 50년 이상 유지된 상황에서 대안 없이 중단하거나 폐지할 경우 교육현장과 기업체의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따라서 중단이 아닌 문제점 보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11일 논평을 통해 "현장실습제도에 문제점이 없지 않다. 기업에서는 현장실습생을 저가노동력으로 활용하고, 학생은 군 입대 전 또는 취업 전 돈을 벌 수 있는 임시직 일자리로 생각하고 있다"며 "해당 고교 직업교육 성과를 취업률로만 평가하거나, 현장실습 산업체 발굴 미흡과 관리·감독 소홀, 현장실습 전 산업체에 대한 정보 제공 미흡 등도 그동안 나타난 주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그럼에도 현장실습제도의 보완·유지를 주장하는 데에는 제도 도입 취지와 함께 교육현장의 현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처한 대학 진학과 취업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현장실습제도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경험을 직접 기업으로부터 얻음으로써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에 조기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대학 진학에만 매몰된 사회적 관심을 직업진로로 분산시키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직업교육 중요성을 일찍부터 각인시킴으로써 향후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탐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장실습제도를 중단·폐지할 경우 해당 고교는 학교 내 이론과 실습으로 교육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취업 기업체의 만족도를 제고시킬 수 없을 것이며, 취업률 저하와 함께 해당 고교의 학생 모집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총은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성급하다. 문제점들을 보완,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시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도제식 교육으로 전환과 무리한 취업률 경쟁 중단 ▲취업지원관 제도 확대 ▲실습 전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기업-학교 수시 소통 ▲현장실습 실태 파악과 산업체 질 관리를 위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시스템 마련 ▲교육으로서의 현장실습을 위한 산업체 인센티브 방안 마련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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