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속도전에 대학들 '울상'

정성민 / 2015-01-13 11:20:07
3월 말까지 자체평가 결과 제출···법안 통과는 여전히 미지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속도전에 대학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이 발표된 데다 대학들이 평가를 준비할 시간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적평가 변경, 졸업유예제 폐지 등으로 불거지고 있는 갈등과 논란이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속도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평가지표로는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수업 관리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들을 등급별로 구분한 뒤 재정지원 제한, 입학정원 감축(근거 법률의 제정·시행 이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간 소모적 경쟁 탈피를 위해 정량지표의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최근 3년간 자료를 활용, 대학의 지속적 노력을 평가할 것"이라면서 "정량적 요소로 파악하기 어려운 요소(학사 관리, 학생 지원, 만족도 관리, 특성화 등)에 대해 정성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대학의 교육 질 제고 노력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가 급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 즉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에 따라 대학들은 오는 3월 말까지 자체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들의 자체평가를 토대로 서면·현장 평가와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오는 8월 중 평가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볼 때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이 발표된 후 대학들이 자체평가 결과를 제출하기까지 시간은 3개월여에 불과하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들의 사활을 좌우할 만큼 중대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촉박한 일정이다.


물론 교육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평가지표 역시 공청회를 통해 사전에 공개됐다. 하지만 대학들 입장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미리 준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현재 모든 대학들의 고민은 단기간 내 자체평가 결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당장 피해가 간다 해도 평가지표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학점 관리가 대표적이다. 실제 한국외대와 홍익대 등은 학점 인플레 원인으로 지목됐던 절대평가를 학생들에게 사전 공지하지 않은 채 갑자기 상대평가로 변경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이화여대는 졸업유예제 폐지를 추진,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졸업유예제란 취업을 못한 졸업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재학생 수가 많아지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A대학의 전임교원 수가 200명, 재학생 수가 1000명이라고 하자. 이 때 재학생 대비 전임교원확보율은 20%다. 반면 재학생 수가 1500명으로 많아지면 13%대로 떨어진다. 전임교원확보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평가에 유리하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전임교원을 추가 충원하는 것보다 졸업유예생 같은 잉여 인력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입학정원을 감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이 국회에서 표류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이하 대학구조개혁평가 법률)'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구조개혁평가 법률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동시에 교육부가 대학들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대학구조개혁평가 일정을 늦춰달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대학 총장은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5년 정기총회'에 참석, 당시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법(대학구조개혁평가 법률)이 아직 통과도 안 됐는데 교육부에서는 통과된 것을 전제로 해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왜 (법률 통과를) 전제로 해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총장은 "지난해까지 9개 항목을 갖고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받았는데 다시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을 만들었다. (4년제 대학) 203개 대학 중 100개 대학은 지난번보다 어렵게 됐다"며 "구조개혁이 올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23년까지라면 올해는 9개 항목에 맞춰 준비해 온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하고 지금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예고한 뒤 준비 기간을 두고 1년 내지 2년 후 구조개혁 평가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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