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에서 10년간 4차례 베스트 티처로 선정된 상경대학 경제학전공 민동기(55)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얘기다.
민 교수는 최근 건국대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선정한 ‘2013학년도 1학기 강의평가 우수 교·강사’ 12명 중 한명으로 꼽혔다. 건국대가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해 2005년 이후 2개 학기 연속 수상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 2회 선정 뒤에는 5개 학기가 지나야 다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 교수의 4회 수상은 더욱 빛난다. 말 그대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다.
민 교수는 “교수의 가장 중요한 소명인 교육과 연구 가운데 교육에 소명을 갖고 열심히 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저와 교감했다라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요즘처럼 개성이 넘치고 자기 주장이 강한 2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민 교수의 강의엔 무슨 매력이 숨어 있을까? 어떤 비법으로 강단에 선 12년 동안 거의 매년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교수님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는지 민 교수의 강의도 직접 듣고 그의 교육 철학도 들어봤다.
#. 지난 5일 건국대 경제학과 3~4학년 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도시및지역경제’ 과목 수업 시간. 강의 시작과 함께 출석을 확인하는 나지막한 민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명을 제외하고 출석 완료. 곧바로 강의는 시작됐고 강의실은 곧 적막하리만큼 조용해진다. 곧이어 지난 중간고사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민 교수는 “이번 시험 답안으로 단순히 수치만을 적어내는 학생들이 많았다. 설명할 것을 제시했지만 답만 적어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경우가 드물었다. 경제학도이지만 글쓰기는 사회 진출 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여러분이 좀 더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칠판 위로 스크린이 내려오고 민 교수는 스크린과 학생을 번갈아 보며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집중도가 예상 밖이다. 이따금 무작위로 학생을 골라 질문을 던지는 민 교수. 일명 ‘폭탄 돌리기’다. 질문을 당한(?) 학생 또한 의외로 거침없이 답변을 내놓는다. 잘 하면 잘 했다고 못 하면 못 했다고 그 자리에서 민 교수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팽팽한 긴장감이 수업 시간 내내 흐른다. 학생들은 어느덧 수업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이 웃고 떠들만한 우스갯 소리도 현란한 몸짓이나 말투가 없어도 물 흐르듯 빠져드는 강의. 민 교수 강의를 학생들이 최고라 평가한 데 수긍이 갔다.
첫 강의부터 '무서운' 이미지로 진지함 보여줘
민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봤을 때는 엄한 교수님이었다. 그 스스로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교수님’으로 통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새 학기가 시작돼 강의를 하게 되면 우선 첫 1~2주간은 민 교수가 특히 ‘무서워’지는 기간이라고도 했다. 첫 시간부터 앞으로 수업 태도와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한 지침을 준다는 것.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등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본보기로 엄하게 꾸짖는다. 1~2주간은 매 강의 시간 10여 분 간의 복습 시간에서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수강변경을 하라고 엄포를 하기도 한단다. 수업시간 수시로 던지는 질문에 학생들이 곧바로 답을 내놓는 모습은 이런 바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됐다. 이렇게 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진다는 게 민 교수의 얘기다.
“요즘 학생들은 부모나 누군가로부터 훈육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 주장도 강하고 튀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저의 수업 방식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상호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철저한 수업 자세와 엄격한 훈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수업을 하니 오히려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진지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석 확인 시 '눈맞춤', 지루해할 땐 삶에 대한 조언을
이렇게 학기 초 강의 태도를 확실히 한 뒤 서서히 편하게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는 게 그의 경험에서 확인된 바다. 그렇다면 강의 형식에서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민 교수의 강의는 출석점검, 복습, 당일 강의 주제 요약, 강의 및 점검 순으로 진행된다. 그 자신이 먼저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출석 확인 시간은 간단한 안부를 묻는 대화의 시간으로 활용된다. 눈을 맞추고 외모의 변화 등을 언급하는 등 관심을 보이면 학생과의 스킨십을 제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학생들은 매우 좋아한다고.
민 교수는 “수업에 한 눈 팔거나 나태해지는 것은 결국 교수가 일방향 강의를 하거나 학생들의 수업태도에 무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편한 교수, 편한 수업도 좋아하겠지만 교수가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느낄 때 학생들에게 그 뜻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 교수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학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지루해할 때쯤 자신의 대학 시절, 사회 경험담 등을 통해 삶의 목적과 인생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지금은 아쉽지만 앞으로 더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느니 행복한 것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 “경제학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접근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지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 등등 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봄으로써 서로 교감이 이뤄진다. 교수의 역할은 전문적인 지식 교육에 더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의 역할과 인성 교육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민 교수의 교육 철학이다.
취업만을 강조하는 대학 "전인교육 중요"
“대학교육은 전인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공부만을 강조하고, 대학에서는 취업만을 강조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교수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왜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타적인 삶이 왜 중요한지 등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교수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수에게 가르치는 소명은 연구 역량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교수들의 연구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사회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재정을 뒷받침해주는 등록금은 학생들이 지불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민 교수는 동료 교수들, 그리고 뜻 있는 졸업생들과 함께 재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민 교수는 “강단에 선 지 12년째다. 앞으로 학생들과 세대차이도 커질 텐데 그 때문에 지금처럼 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며 “화도 안 내고 무심한 교수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자는 요즘 대학 교육이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나눌 수 있는 민 교수와 같은 베스트 티처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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