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이지선 기자]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이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4년제 일반대가 전문대가 전문직업 고등교육기관의 특성을 살려 개설한 상당수 학과들을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중복설치해 고등교육체제간 벽을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 분담을 확실해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해 직업교육을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직업교육을 잘 받은 전문대 출신들이 중산층을 형성해 사회 갈등과 불안을 초래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 전문대 직업교육중심대학, 일반대 학문연구중심대학으로 고등교육체제 재구조화해야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해 고급인재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R&D)을 담당토록 한다.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전문대와 산업대, 기술대, 폴리텍대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 학문체제로 개편한다. 이는 중복학과 설치 등으로 경계가 모호해진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을 분명히 해 고등교육체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하는 방안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47조는 전문대는 사회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재능을 연마해 국가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 전문대를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일반대는 교육과 연구의 기능을 담당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대와 전문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47조에도 부합한다.
■ 중복학과 정리해야
고등교육법이 명시한 전문대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문대와 일반대 중복학과를 정리해야 한다. 지난해 3월 기준 전문대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한 학과를 중복 개설한 일반대는 총 114개대, 520개 학과(석사+박사과정 포함)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대는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전문대 학문영역으로 개설된 보건의료와 안경광학, 치위생, 치기공, 철도, 물리치료, 작업치료, 방사선, 뷰티·미용, 응급구조, K-pop ,외식·조리, 카지노, 바리스타, 반려동물, 제빵 등의 관련 학과를 설치했다.
이들 학과는 전문대에서 최초 개설·운영되고 있는 학과들로, 다른 학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다. 이렇다보니 일반대들도 앞다퉈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이들 학과가 일반대에서 운영되면서 취업 목적 기술중심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일반대에 진학하고 있다. 따라서 2년 이면 졸업·취업이 가능한 전공을 4년을 공부해야 해 입직을 늦추고 있다.
■ 전문대 직업교육 전문성 제고위해 마이스터대 더 늘려야
마이스터대는 전문대 석사과정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마이스터대는 현재 아주자동차대와 대림대, 동양미래대, 연성대, 동의과학대, 동주대, 영진전문대, 한국영상대 등 8개 전문대가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전문대는 1년 이하 단기 직무 과정과 전문학사 과정, 전공심화 과정(학사학위) 전문기술석사과정으로 이어지는 마이스터대 운영을 통해 신기술 분야와 산업체 수요 분야의 고숙련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한다.
마이스터대는 올해 현재 8개 전문대로 출발했지만 전문대의 직업교육 전문성 제고를 위해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실제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는 지난 3월 공개한 ‘평생직업교육시대에서 전문대학 역할 및 고등직업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대 교수 60% 이상이 마이스터대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고 안식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연이 전현직 보직 교수와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대 교수 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이스터대 전면 도입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3.5%나 됐다.
■ 교육부 직제개편해 전문대 직업교육국 신설해야
현재 전문대학정책과와 전문대학지원과로 돼 있는 교육부 전문대 직제를 국으로 승격시켜 고등직업교육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대학정책과는 전문대 관련 정책과 제도, 법인 업무를 담당한다. 신설되는 전문대지원과는 입시와 학사, 재정지원사업을 맡는다.
교육부에서 전문대 담당부서는 줄곧 1개과에서 지난 2020년 22년 만에 2개과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등직업교육기관 정책 기획과 추진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고등교육정책실 산학협력정책관에 소속된 전문대 업무 담당과를 떼어내 국으로 승격시켜 전문대 정책을 밀도있게 추진토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도 안되는 전문대 예산을 대폭 늘려 고등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대는 매년 취업률이 70% 안팎으로 청년실업 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취업난으로 일반대를 졸업한 뒤에 전문대에 유턴입학하는 학생들이 매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입학자는 2018년 1537명, 2020년 1571명, 2022년 176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데도 전문대는 고등교육정책에서 일반대에 밀려 ‘아류’ 취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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