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명절을 맞이하는 젊은 부부에게

이승환 / 2022-02-28 08:13:53

이틀 뒤엔 설 연휴가 돌아온다. 매년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만 되면 TV나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매체들에서는 명절증후군, 고부갈등, 부부싸움과 같이 명절 맞이 준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가족 갈등 세트들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명절 이야기는 행복한 가족 모임에 대한 이야기보다 명절로 인한 가족 갈등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차라리 이럴 바엔 명절을 없애고 가족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꼭 명절만 돌아오면 그렇게 효자 효녀가 되고 싶은 건지 각자의 부모님에게 소홀히 하지 않게 해 드리고 싶어 한치의 양보 없는 토론을 하게 된다. 아마 평소엔 남편이나 아내나 둘 다 일이 바빠 부모님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다 명절이라는 특별한 때가 되니 그동안 자신들이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드리지 못하고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자각하고 반성하게 되면서 부부간에 이런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그러한 명절을 보내왔다. 소심한 성격의 나는 그리 큰 갈등까지는 아니어도 시댁 식구들을 먼저 생각하던 남편이 살짝 원망스러워 그냥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즐겁지 않은 명절을 보냈다. 물론 지금은 남편도 많이 달라져 그렇지 않지만…. 그런데 성년의 두 딸을 가진 지금 내 아이들 역시 결혼하게 되면 사랑하는 남편과 그런 명절을 보낼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돌아보면 결혼 생활의 가장 힘든 시절은 결혼 초반부 인 듯하다. 요새는 많은 젊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우리 때와는 다르게 가사일은 부부가 같이 하고 있다. 심지어 맞벌이가 아니라 할지라도 요즘 부부들은 가사일은 같이 나눠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수 십년이 넘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탓에 작은 습관 같은 것이 안 맞는다면 그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해서 신혼 초는 그 아무리 잉꼬부부라 할지라도 크고 작은 다툼이 일상다반사다. 또 결혼 전에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가사 노동을 설익은 솜씨로 하려니 부부 모두 서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사 노동이 귀찮고 두렵기도 하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부부 모두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꼼짝없이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읽었던 동화책을 수백번 반복해서 읽어줘야하고 핸드폰 플레이리스트에는 좋아하던 가요나 팝송들 대신 어느덧 ‘아기 상어’, ‘뽀로로’ 같은 노래만 가득 담겨 있어서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마치 가장 즐거운 노래인 양 율동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힘든 결혼 초기에 명절이 돌아오면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불타오르게 되는 것이다. ‘아, 두 분은 이 힘든 과정을 어떻게 지내왔던 것인가. 난 그런 부모님에게 아무것도 못해주고 결혼했구나’하는 이상한 죄책감까지 밀려들기도 해서 이상스런 명절 효자 효녀로 빙의해 다투게 된다.


하지만 젊은 부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진정 부모님들이 바라는 바는 그대들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모습이지 용돈이나 선물이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부부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야말로 부모님들에게 큰 불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고리타분하고 꼰대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지금 비록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이 들어 서로 기댈 수 있고 끝까지 의리로 남는 것은 자식이 아니라 지금 아웅다웅하고 있는 남편과 아내다. 명절 준비로 갈등이 있다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 보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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