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과일장사하며 모은 전재산 고려대 기부한 노부부

오혜민 / 2018-10-26 14:23:59
200억 토지·건물 기부, 앞으로 추가 200억 기부의사 전해

[대학저널 오혜민 기자] “우리 부부가 50여 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을 대한민국 최고의 사학인 고려대에 기부하게 돼 무엇보다 기쁩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고려대학교(총장 염재호)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의 주인공은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살고 있는 김영석(91)‧양영애(83) 씨 부부다.


이들 부부는 시가 200억 상당의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고려대의 학생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재호)에 기부했다. 또 추가로 시가 200억 상당의 토지 6필지, 건물 4동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이날 재산을 기부한 김영석 씨는 강원도 평강군 남면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17살에 월남했다. 고향에 형제가 있었지만 남쪽에서 1년 동안 돈을 벌어오겠다고 말하고 떠났는데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머슴살이를 하는 등 고생을 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군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양영애 씨는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6남매 중 둘째로, 23살에 지금의 남편을 중매를 통해 만나 결혼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그는 결혼 후 식모살이, 식당 일 등을 하다가 1960년대 초 종로 5가에서 리어카 노점 과일장사를 남편과 함께 시작했다. 노점에서 몇 년 간 장사를 하다가 주위의 도움으로 점포를 얻어 장사하게 됐다.


당시 종로 5가 시장통에는 밤에 과일을 납품하는 트럭이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새벽 4시가 넘어 물건을 떼러 나오지만 이들은 더 좋은 과일을 받기 위해 매일 밤 12시경 시장에 도착해 과일을 구매했다. 교통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차를 타지 않고 청량리부터 종로 5가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 그 결과 과일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가게 개점 후 3~4시간이면 과일이 다 팔려나가는 가게가 됐다.


과일 장사가 끝난 뒤에는 늦은 밤까지 남의 식당에서 일해주고 대신 밥을 공짜로 얻어먹었다. 30년 간 과일장사를 하면서 100원이라도 수중에 들어오면 쓰지 않고 은행에 입금하고, 옷, 신발, 양말 등도 사지 않고 얻어 입으면서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20~30년 된 옷을 입고 살고 있다.


알뜰하게 아끼고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은행대출을 얻어 1976년 처음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매입했다. 과일장사를 하면서 번 돈으로 허리띠를 졸라가면서 아끼고 절약한 돈으로 빌린 돈을 갚아나갔고 주변 건물을 더 매입하게 됐다. 빌린 돈의 원리금을 갚기 위해 생일, 여행 한 번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건물 입주업체들에게는 임대료를 가급적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유지해 오래도록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오래 전 두 아들이 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젊은 시절 인촌 김성수 선생이 거액의 사재를 털어 안암동에 고려대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세워 학교를 경영하면서 인재를 키워냈다는 얘기를 듣고 육영사업을 위해 재산을 사용할 수 있다면 보람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양영애 씨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데 소중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재호 총장은 “평생 땀 흘리고 고생해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리고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기부식에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등이 참석해 기부자 부부에게 기부증서와 감사패,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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