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인 ‘등용문’에 들어서면 잘 가꾸어진 숲을 배경으로 하얗게 빛나는 교시탑이 눈에 들어온다. 교시(校是)는 학교를 세운 근본정신, 다시 말해 창학정신이다. 20미터 높이의 교시탑에는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경희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고 생활하는 모든 행위의 궁극적 목표와 가치는 ‘문화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창학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경희대는 지난 66년간 교육·연구·실천을 결합하며 ‘학문과 평화’의 학풍과 전통을 이어왔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근본 사명은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탁월한 연구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며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세계 창조’를 위해서는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학술적 성과를 토대로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경희는 창학 초기인 1950년대 중반부터 농촌계몽운동, 문맹퇴치운동, 잘살기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솔선하고 선도했다. 경희의 잘살기운동은 뒷날 정부가 추진한 새마을운동의 이념적, 실천적 원리를 제공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지구적 차원으로 시야를 확장해 물질문명에 병든 인류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했다. 경희가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참여한 ‘밝은사회운동’이 그것이다. 이는 故 조영식 박사가 1975년에 펴낸 저서 <인류사회의 재건>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다.
경희는 세계평화운동에도 앞장섰다. 1981년 11월 30일, 경희의 제안에 따라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이 사상 최초로 제정된 일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지구적 존엄 구현하는 21세기 경희의 미래
개교 60주년을 준비하며 경희대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길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했다.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랜 성찰 끝에 경희는 고등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구적 차원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문화세계 창조’의 창학정신, ‘학문과 평화’의 경희 전통을 21세기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미래지향의 가치와 방법론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었다.
2009년 5월 18일, 경희는 개교 6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60년’을 향한 미래비전과 목표를 대내외에 밝혔다. 그간의 경이로운 성과를 토대로, 개교 80주년 이전까지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발전한다는 것이 경희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다. 이를 위해 2011년 경희는 후마니타스칼리지(Humanitas College)를 설립해 교양교육의 혁신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또한 대학과 의료기관, 행정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공헌 통괄기구 경희지구사회봉사단(GSC, Global Service Corps)을 결성해 사회공헌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경희의 미래는 대학의 미래인 동시에 인류의 미래이다.
<미래대학리포트 2015> 경희의 역사와 전통, 대학의 미래로 확대
‘대학의 가치’와 ‘대학다운 미래대학’ 논의를 통해 만들어온 경희대의 <미래대학리포트 2015>(이하 <미래대학리포트>)가 5월 15일 개교 66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됐다. 경희대는 지난해 개교 65주년과 ‘경희백년 미래메시지’ 50주년을 맞아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새로운 미래메시지 작성을 위해 <미래대학리포트>를 기획했다.
경희는 지난해 ‘대학을 바꾸자, 세계를 움직이자’는 기치 아래 <미래리포트>와 <대학의 미래와 핵심가치>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다. 두 연구 결과는 <미래대학리포트>로 통합됐다. 경희와 인류의 현재, 미래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조사를 기반으로 한 두 연구에는 학부 재학생 1만 4,500여 명이 참여했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더나은 미래를 모색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대학과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미래대학리포트>는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소셜 픽션(Social Fiction), 다이어그램, 미래연표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했다.
<미래대학리포트> 설문과 토론 등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로 자유, 평등, 공동체보다 개인적 행복을 꼽았다. 대학의 존재이유에 관해선 진리탐구, 전공지식과 같은 전통적 가치를 제치고 자아실현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인류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절대다수가 50년 후에 폭력과 전쟁, 기후변화, 양극화 현상이 더욱더 심각한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설문조사를 통해 인격적 주체로서의 대학 이미지를 시각화한 결과, 경희대는 20~24세의 젊은 여성, 유니섹스캐주얼이 어울리는 문화예술가로 그려졌다. 연구를 진행한 강태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젊다는 것은 역동적이고, 미래 가능성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 23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회(IAUP) 50주년 기념식에서 경희대는 <미래대학리포트>를 세계 대학과 공유했다. 경희대 설립자인 故 조영식 박사는 IAUP 창설을 주도했고, 그 인연으로 경희대는 50주년 기념식을 공동 개최했다. 조인원 총장은 기념식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대학리포트>를 소개한 뒤, 지구적 차원의 교육혁신을 위한 제언과 지구 평화와 미래문명을 위한 대학의 실천적 활동을 촉구했다.
<미래대학리포트>는 7월 초 보고서로 발간되어 이후 설문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공론화를 거쳐 경희대 발전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을 담을 정책을 만들고, 이를 추진할 거버넌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대학평가 모델(Global Eminence Index)’도 개발한다.
최종 목표는 <미래대학리포트>를 국내외 대학, 사회와 공유하고, 고등교육 혁신운동으로 확대시켜 문명사적 수준의 미래대학 담론과 프로그램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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