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국가 산하기관이냐"

정성민 / 2014-10-14 11:03:50
배재정 의원실, 25년간 대학 홍보비 집행 현황 자료 요청</br>대학들, "무리한 요구" 한 목소리···배재정 의원실, "잘못 전달됐다"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의 무리한 국감자료 제출 요구로 대학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국감자료 제출 거부 시 행여나 당할 불이익을 우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에 국회의원들이 국감자료 요구 시 대학들의 현실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실이 요청한 국감자료. <대학저널>이 대학들을 통해 취재,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일 각 대학에 교육부 명의의 공문이 전달됐다. 요지는 '국회법' 제128조 및 '사립학교법' 제70조에 의거,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서 1990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각 대학별 홍보(광고)비 집행 현황 자료를 요청해 와 15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한결같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 규정에 따라 5년간 자료는 보관하고 있지만 25년간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요청 내역도 매우 상세하다는 불만이다. 실제 배재정 의원실이 요구한 국감자료 서식에 따르면 모 신문사에 얼마의 광고비를 지출했고, 모 신문사 기자와 만찬에 얼마를 지출했고, 플래카드 제작에는 얼마가 들었는지 등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돼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차이가 있으나 공문서 등 자료는 5년 정도 보관하고 폐기한다. 10년, 20년이 된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다"면서 "예전에도 홍보비 집행 현황에 대한 국감자료 제출 요구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광고비 집행 비율 얼마, 홍보물 제작비 비율 얼마 등 포괄적인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사립대)이 국가 산하기관이냐"며 더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자료를 준비하겠지만 1990년대 자료는 아예 없다"며 "국감 자료 요청은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이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맞다. 다만 국감자료를 받아본 뒤 생각과 다르다고 하면 보도자료를 내보내지 않는 일이 태반인데 '아니면 말고식'은 대학 입장에서 시간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지시했으니 대학들이 당연히 자료를 제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발상 자체가 대학을 산하기관 다루듯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배재정 의원실 측에서는 당초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입장이다. 즉 교육부와 자료 요청에 관해 협의할 때 전산화된 이후 자료를 요청한다는 단서 조항을 명기하기로 했지만 이 부분이 누락된 채 대학에 전달됐다는 해명이다.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요구한 이유는 대학생들이 서열화된 언론사들의 대학평가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대학들의 해당) 언론 대상 광고비가 급증, 그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언론사 대학평가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면서 "교육부 담당자와 상의를 했다. (자료 제출 요구가)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산화된 이후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단서를 달고 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대학 담당 부서들 간 공유를 하고 공문이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서나 양식을 수정해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단서 조항이) 누락된 것 같다.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문제를 먼저 인지했고 잘못 전달됐다고 판단, 교육부에 공문을 재시행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전달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학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학을 괴롭히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