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대에 과학기술학과가 고작 30%"

이원지 / 2014-06-12 16:57:53
인지도 상승효과 노린 무늬만 특성화 대학</br>"수험생들, 대학명만 보고 지원해서는 안돼"

최근 대학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각 대학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방 소재 전문대의 경우 존폐위기까지 느끼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학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겉모습만 치장해 위기만 모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교명을 바꾸고 특성화 전략을 시도하지만 실제 특성화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스런 대학도 있다.


지난 6월 1일자로 대전에 있는 혜천대학교가 교명을 변경했다. 이 대학은 1940년 대전의원 부설 간호원 양성소로 시작해 대전간호전문대학, 대전전문대, 혜천대 등으로 교명을 변경해 온 후 최근 대전과학기술대학교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 대학의 학과들을 살펴보면 과학기술 관련 학과는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35개 학과 가운데 10개 내외 학과만이 새 교명과 어울리는 학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도 채 안되는 수치다.

게다가 이 대학은 애초부터 ‘간호원 양성소’라는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혜천대’ 하면 간호학과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실제 이 대학에 다니고 있는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간호학과의 명성과 우수한 교육과정 때문에 선택한 대학”이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북과학대도 교명에서 드러나는 ‘과학’ 관련 학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천과학대도 자동차과 외에는 없다. 대구과학대도 공학계열보다는 인문·사회계열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동과학대, 전남과학대, 전북과학대도 비슷한 처지다.


반면 과학 특성화 대학의 대다수는 관련 학과를 50%이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이 대학의 경우 4개의 학부 가운데 3개 학부가 과학기술과 관련돼 있는 학과와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의 경우도 다양한 학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첨단공학부’가 타 학부에 비해 월등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원공과대, 수원과학대도 교명과 학과명이 상당수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몇몇 대학들이 학교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교명을 정한 이유는 뭘까. 인지도 상승 효과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주성대에서 교명을 변경한 충북보건과학대는 인지도가 크게 올라 입시 지원률이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대학만의 특성화를 내세운 교명과 관련분야에서의 좋은 성과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인지도를 위한 교명변경은 도리어 구성원들에게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대전과학기술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교명과 관련된 학과 학생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타 학과 학생들은 혹시나 자신이 속한 학과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을까 염려하며 불만이 다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전과학기술대 주광석 기획처장은 “지난 3월부터 교명을 공모했고 대학구성원은 물론 지역주민의 의견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2년 전 충청지역에서 유일하게 우리 대학이 공업계열로 링크사업에 선정됐고 최근 특성화 사업에는 자연과학, 사회과학 계열로 신청해 논 상태”라며 “이런 것들을 볼 때 교명이 우리 대학과 연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앞서 이 대학의 정영선 총장은 “교명 변경을 계기로 학과 구조조정은 물론 대학 체질 변화 등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입시분석가 유성룡 소장은 “대학명만 보고 특화된 대학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다행히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돈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대학명만 보고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충고했다.


정부에서도 교명변경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 될 수 있어 해결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각 대학에서 교명을 변경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이사회 의결 과정을 거치고 구성원, 지역주민들의 의견까지 수렴한 다음 최종적으로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한다"며 "그러나 실제로 교육부에서 교명변경의 승낙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 교육부의 입장을 정리해 알려주겠다"는 말만 남겼다.


이와 관련 전문대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전문대는 사회흐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인지도만 내세우기보다는 대학 마다 고유한 특성이 잘 녹아든 교명을 정하는 게 특성화전략의 첫번째 단계"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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