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A군이 공부할 때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A군은 항상 이 책, 저 책을 펼쳐놓고 노트, 인쇄물, 펜 등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채로 공부한다. 만약 A군이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한 채로 공부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공부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뿐만 아니라 성적까지 눈에 띄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정리’의 힘이다.
나영주(45) 정리컨설턴트도 ‘정리정돈 잘 하기’를 공부 잘 하는 비법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국내 최초로 ‘정리컨설턴트’라는 칭호를 얻으며 컨설팅, 강연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나 씨는 정리정돈과 학습법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12월부터 방학이 시작된다. 이번 기회에 나 씨의 조언대로 자신의 어지러운 공부방과 잡동사니가 가득한 책상 위를 정리정돈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적 근거 있다? 정리정돈의 숨겨진 힘
나 씨는 정리정돈이 필요한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뇌는 시각으로 보이는 대로 정보처리를 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게 보이면 바로 대응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 에 입각해 공부방이 어지러져 있으면 자신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도 실제로 우리 뇌는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저분한 환경에서 공부할 경우 공간의 상태가 머릿속에 각인돼 정신이 산란해진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하다.
나 씨는 “주변만 잘 정리돼 있어도 집중력이 몰라보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면 성적도 눈에 띄게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저 역시 수험생을 둔 학부모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자녀들의 학습 능률이 개선된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나 씨가 이 같이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진행한 정리 컨설팅 경험에 근거해서다. “사실 공부방이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공부를 하는 것으로 보여도 심리 기저에는 불안감과 불편함이 깔려 있기 마련이죠. 이 때문에 감정이 안정된 상태라고 볼 수 없어요. 따라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공부방 정리의 3가지 원칙
나 씨는 우선 정리와 정돈의 개념에 대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 씨에 따르면 정리란 공간의 불필요한 것들을 빼는 작업이고, 정돈이란 불필요한 것들을 뺀 후 남은 것을 보기 좋게 그리고 균형감 있게 질서를 찾아주는 작업이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없애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은 보지 않는 학습 자료들을 모아놓기만 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면 수업 필기내용과 유인물, 수업 외 기타 학습자료, 각종 문제집과 참고서 등이 여기에 해당되죠. 예상하건대 1년 이상 보지 않는 자료들도 꽤 많을 거예요.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공부하겠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심적 부담감만 커질 뿐이죠.” 뿐만 아니라 시험에도 출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된 자료는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 따라서 기본이 되는 개념서 외엔 불필요한 자료들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나 씨의 주장이다.
다음으로 나 씨는 정리할 때 필요한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언젠가 쓰겠다고 모아둔 것. 둘째, 아까워서 치워둔 것. 셋째, 추억이 있다고 남겨둔 것. 이상 3가지 사항에 해당되는 물건들은 과감히 버릴 것을 주문했다. 나 씨는 “그동안 공부방 정리 컨설팅을 하면서 앞서 밝힌 3가지 원칙을 토대로 어떤 물건을 버려야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은연 중에 마음을 무겁게 하는 짐이 되는 법이죠. 물건을 치워야 하는 강박관념, 특정한 사연이 떠오르는 불쾌감 등이 불현듯 떠오른다고 가정해봐요.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해야 학습에 100%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리는 타이밍이다… “‘일단 나중’은 No, ‘바로 즉시’는 Yes”
정리정돈의 필요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 나 씨는 “‘일단 나중’에 (정리정돈)하고 보자는 생각을 버리고, ‘바로 즉시’ (정리정돈)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리정돈을 하는 데 있어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학생들은 ‘정리 근육’을 강하게 키워야 해요.” 물건을 사용한 후 즉시 제 위치에 정리하는 습관을 두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가령 어떤 학생이 공부하면서 먹기 위해 주방에서 음료수를 가져 왔다고 생각해보죠. 문제는 음료수컵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고 책상에 그대로 놓는다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책을 비롯해 연습장, 샤프, 지우개 등 모든 물품을 사용한 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해요.”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제자리’가 아니라 ‘쓴’ 자리에 물건을 놓게 되니 공부방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또 쓸 건데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해야지’라는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물건들이 쌓일 수 있어요.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20여 분씩 정돈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권해요. 이렇 게만 해도 공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예요.”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