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수, 의료기관, 연구원, 바이오 벤처창업 등 동문들 맹활약

최근 국내 극장가 흥행을 주도한 영화 ‘감기’의 줄거리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로부터 해결해 줄 전문가는 누가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해결사 중 한 사람은 분자생명과학과 전공 출신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바이러스와 세균을 비롯해 유전자나 효소 등을 대상으로 생명현상에 관한 원리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분자생명과학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분자생명과학’이란 용어가 낯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한 학문이다.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맞춰 이론교육과 실험교육의 차별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분자생명과학과를 집중 조명해 봤다.
국가사업 선정 바탕으로 ‘연구-교육’ 시너지 효과
한양대 ERICA캠퍼스 분자생명과학과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각종 선정돼 연구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이 학과는 ‘차세대 유전체 특성화 학과’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과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후성 유전조절에 의한 세포기능 연구센터(SRC)’ 선정으로 연구역량의 우수성을 확인 받은 것. 한양대 ERICA캠퍼스 김효준 분자생명과학과 학과장은 “정부에서 인증하는 연구 역량과 그에 따른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구-교육’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실험실습 장비 도입, 산업체 교육훈련, 실무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학생들의 교육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특히 지난 2011년 SRC로 선정돼 오는 2018년까지 총 88억 원의 지원금으로 수억 원 상당의 실험장비(유세포분석기, 공초점현미경)를 구입해 학생들의 연구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이 학과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인 BIO교육인증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이론·실무 능력이 향상됐다. 가족회사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체나 연구실에 근무하며 실질적인 현장기술을 습득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실용 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의 정책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박사학위 취득자 90여 명, 바이오 벤처 창업 등 동문들 활약 ‘두각’
분자생명과학과는 1983년 생화학과로 시작해 2004년 분자생명과 학부로 개편, 2012년 분자생명과학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3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가운데 석·박사학위 취득자는 50%를 상회한다. 특히 박사학위 취득자는 9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학교 수를 비롯해 정부, 대학, 의료기관, 생명과학기업의 연구원, 제약회사 연구개발 분야, 벤처회사 창업, 외국계바이오 산업체, 다국적 제약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명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졸업생의 바이오 벤처 창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김효준 학과장은 “학과 교수 2명과 20여 명의 동문들이 바이오벤처창업을 통해 의료보건, 바이오 에너지, 환경, 화장품 및 바이오 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벤처창업을 이뤄 국가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특성화학과’ 선정… 신입생 입학 수준 최상위권
분자생명과학과는 ‘레인보우 특성화학과’로 지정된 학과 중 하나다. 즉 한양대 ERICA캠퍼스 내 특성화학과로 육성하는 8개 학과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은 다양한 장학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시·정시에서 1차 합격자 전원에게 일정 학점 유지 조건으로 4년간 매학기 등록금 반액을 지급하는 ‘레인보우 장학금’을 비롯해 ERICA STAR, 수능우수자, 내신우수자, 학업우수자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또 해외 저명 대학 및 연구소 교환학생제도, 연구참여와 연계한 국내외 국제학술대회 참가 기회도 제공된다. 이밖에도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듀크대, 이탈리아 밀라노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하버드대와 장·단기 학생파견 교류를 수행하고 있다.
김효준 학과장은 “분자생명과학과는 연구, 교육, 학생 복지 등 각종 분야에서 학과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학과 신입생들은 ERICA캠퍼스 전체 신입생들의 학력수준과 비교해 봤을 때 항상 상위에 분포하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수시 학업 우수자 전형에서 4대1의 경쟁률을, 수시 일반 우수자 전형에서 1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최고선배 INTERVIEW
“‘젊은 학과·젊은 학문’ … 선후배·사제 간 유대 끈끈”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용식(45) 교수는 한양대 ERICA캠퍼스 분자생명과학과 87학번 출신이다. 박 교수는 동 대학원 분자생명과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생명공학연구소에서 3년 남짓 근무했다. 이후 다시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미국 하버드 메디컬스쿨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현재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가르치면서 혈관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최고선배의 위치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교수직으로 전향하셨는데.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석사 학위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생각에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이 분야는 졸업 후 연구소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만약 저와 같이 석·박사 유학에 뜻이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막연히 유학가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길 권합니다. 즉 ‘무슨 대학의 어떤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하겠다’, ‘OO학과를 가려면 토플 성적 OOO점을 따겠다’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합니다.
분자생명과학과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비록 학과 설립한 지가 30년 밖에 안됐지만 미개척분야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젊은 학과·젊은 학문’으로 요약됩니다. 이는 필드(현장)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회에 진출한 선배와 재학생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여는 ‘홈커밍데이’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우리 학과만의 특화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님들과 1대1 대화를 하면서 대학생활에서 필요한 학업 지도, 취업 정보, 진로 설계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자질은.
학과 특성상 실험실습이 매우 많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어떤 실험은 수년에 걸쳐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평생 동안 진행되는 실험도 있습니다. 때문에 커다란 자질 중 하나는 바로 ‘성실함’과 ‘꾸준함’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통찰력’입니다. 가령 단백질을 이해할 경우 단순히 단백질의 구조, 생화학적 특성만을 이해하기 보다는 단백질의 생체 내 기능과 거기에 나타난 현상들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학습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죠.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마하트마 간디는 ‘사회에서의 7대 악덕’의 하나로 ‘인간성 없는 과학’을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인간미를 잃어버리기 쉽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단순히 학과 공부를 잘 해서 괜찮은 기업이나 연구원에 취업하고 좋은 약을 만드는 게 생명과학도의 전부가 아닙니다.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대학 생활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명확한 가치관을 세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인문학이나 고전 같은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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