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 내 ‘감정 노동자들’을 아시나요?

김준환 / 2013-05-01 13:22:59

얼마 전 대기업 임원이 항공사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이번엔 모 중소기업 회장이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자’인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정노동’과 관련된 한 보고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203개 직업 종사자 56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의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라는 내용이다. 설문 조사 결과 항공기 승무원이 감정노동에 관한 문항 점수 4.70점(만점 5.0)으로 감정노동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직업군은 음식서비스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미용·숙박·여행 관련직 등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해당된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일련의 사건에서도 짐작하겠지만 감정 노동자들의 힘든 처지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수준 그 이상이다.

그런데 대학을 출입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전문 기자의 시선으로 봐서 그런 걸까? 직능원 보고서 중 대학과 교육 관련 지표와 문구 등에 자꾸 시선이 갔다.

이를테면 학력별로는 전문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점,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다수가 전문대와 고등학교 졸업자인 현실이라는 점, 청소년들이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훈련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 직업별 감정노동 평균 가운데 ‘경비 및 청소 관련직’이 상위에 랭크된 점 등이 그것.

생각과 달리 감정노동 관련 직종은 대학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대학 구성원으로 학생, 교수, 교직원을 얘기하지만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들이 바로 감정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시설들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학에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 서강대는 청소·조경·시설 등 교내 환경미화원들과 근무환경을 대폭 개선하기로 약속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이들과 직접 식사를 함께 하면서 헌신적인 노력을 치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토요일 격주근무를 없애는 대신 전면 토요일 휴무제로 대체하고 식대보조금을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이 약속됐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환경미화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가 됐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대학 내 감정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대학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교육적·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라면 이들에 대한 대학 구성원의 관심이 중요한 대목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시절부터 봉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대학에서부터 캠퍼스 내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배려와 인식 개선을 시작하길 제안한다. 그래서 따뜻한 상아탑이 점점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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