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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코엑스 D홀 기획관 ‘시:작재’는 인류가 가장 오래 사용해 온 건축 재료 ‘흙’을 중심에 놓고, 재료가 만들어내는 촉감과 질감, 공간의 깊이를 동시대적 언어로 풀어냈다. 흙을 굽거나 말려 벽돌로 쌓고, 다져 벽체를 만들며, 목조와 결합해 미장으로 마감해 온 방식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하다는 점에서, 전시는 ‘흙’이야말로 인류가 공유해온 감각의 기반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번 기획관에는 머드웍스, 란찌아니, 토로, PH우진이 참여해 ‘흙과 자연을 근간으로 하는 재료가 공간을 어떻게 지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안했다. 동일한 재료를 다루면서도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갈렸고, 이러한 대비는 오히려 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재료의 깊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PH우진은 1985년부터 축적해 온 특수도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감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라임플라스터와 천연 흙 마감재 등 ‘쾌적한 실내 환경’이라는 성능적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도, 다양한 수입 자재를 활용한 미장 방식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머드웍스는 흙을 기반으로 한 텍스처 작업을 통해 재료의 질감과 구조감을 강하게 제시했다. ‘그랜드 캐니언’, ‘써클 스톤’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대비와 조화를 구성하며, 거칠게 쌓인 레이어와 원형 흐름의 리듬을 한 화면 안에 병치했다. 표면이 단순한 장식을 넘어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구조로 읽히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머드웍스의 작품이 기획관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지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텍스처 중심의 조형 언어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란찌아니는 슬러지(raw sludge)와 우드펄프, 한지를 혼합한 복합 소재를 통해 ‘자연 재료의 구조를 어떻게 현대적 표면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매끄러운 형태 속에서도 미세한 촉감의 변주를 살려 소재의 잠재력을 기능적 혁신과 연결하려는 연구적 태도를 드러냈다.
기획관 ‘시:작재’는 무엇보다 “새로운 것이 많을수록 근원적 재료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제시했다. 과잉된 연출과 부유하는 공간 이미지가 익숙해진 시대에, 흙은 오히려 공간을 단단히 붙잡는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기술, 기능, 촉감, 조형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이를 번역한 이번 전시는 재료 중심 전시의 설득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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