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암세포 ‘자가 조절’ 생존 원리 규명

이선용 기자 / 2026-03-05 10:01:02
백혈병 치료 새 패러다임 제시

왼쪽부터 고려대 이재웅 교수, 예일대 마커스 뮈셴 교수.

 

[대학저널 이선용 기자]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이재웅 교수 연구팀이 백혈병 세포가 과도한 증식 신호 속에서도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Science의 자매지인 ‘Science Signaling(IF=6.7)’ 온라인에 2월 10일 게재됐으며, 해당 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백혈병은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세포 내 증식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발생한다. 이러한 강한 신호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지만, 신호가 지나치게 과해질 경우 세포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세포 사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세포는 이러한 불안정한 신호 환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증식한다. 기존 치료는 증식 신호를 강하게 차단해 암세포의 성장을 멈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으나, 암세포가 신호 환경에서도 증식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기전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CD25 단백질에 주목했다. CD25는 원래 면역 신호 물질인 IL-2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CD25가 IL-2와 결합하지 않아도 작동하며, 세포 내부에서 신호를 억제하는 단백질들을 끌어들여 스스로 증식 신호를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CD25의 기능을 검증하기 위해 백혈병 세포와 동물 모델에서 CD25를 제거했으며, 그 결과 암세포의 증식과 자기 재생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CD25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모델에서도 암세포 제거 효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수용체가 리간드 결합 없이도 신호 전달에 관여해 암세포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하고, 이를 활용하여 암세포가 의존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재웅 교수는 “암세포가 수용체를 과발현 후 리간드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이며, 수용체는 리간드를 기다리는 수동적 신호 전달자가 아닌 암세포의 생존과 적응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기능적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사이토카인 수용체와 면역관문인자 등 면역조절 수용체들의 숨겨진 비정형적 기능을 규명해 항암 면역반응을 증강하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