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적립금, "전년도 총액 대비 1.5% 이상 못 늘린다”

이승환 / 2021-07-01 07:00:00
교육당국, 적립금 증액 제한 관련 지침 논의 중
사실상 증액 불가능...“적립 대신 교육환경 개선, 장학금 지원 등 지출 유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지난 4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종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하며 대학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대넷 페이스북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교육부가 사립대 적립금 증액 한도를 전년 총액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적립금을 쌓아놓기만 하는 사립대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019회계연도 사립대학 결산분석’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7조9184억원이다. 2018회계연도 대비 599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립대학의 적립금 사용은 9395억원으로 111억원 줄었다.


전년 총액 대비 1.5% 이내로 누적 제한
과도한 축적 방지, 본래 용도 따른 효율적 사용 기대


대학저널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의 적립금을 전년 총액 대비 1.5%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침은 적립금의 과도한 누적을 막는 대신 교육 투자와 장학금 지원 등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현재 누적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전국 20여개 대학 등 전체 사립대가 8조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을 쌓아두면서도 교육여건 개선이나 ‘코로나19’ 장학금 지급 등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온 교육 당국의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목 받는다.


마련 중인 지침이 확정되면 전년도 1000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의 당해 적립금 보유액은 1015억원을 넘지 못한다. 적립금이 큰 대학일수록 적립금 증액 제한액은 늘어난다. 2019년 기준 7570억원의 적립금이 있는 홍익대의 경우 적립금 증액 한도는 110억이 넘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립금 증액에 상한을 둘 경우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축적을 간접적으로나마 해결하고, 적립금 증액에 제한을 받게 되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연구와 장학 등 본래 목적에 맞게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립금 누적 상위 10개 대학 중
적립금 사용 TOP 10 4곳뿐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19회계연도 사립대학 결산분석’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은 7조9184억원이다. 이는 2018회계연도 7조8585억원 대비 599억원 늘어난 것이다. 반면 2019회계연도 적립금 사용액은 9395억원으로 2018회계연도 9506억원 대비 111억원 줄었다.


누적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7570억원의 홍익대이며, 뒤를 이어 연세대(6371억원), 이화여대(6368억원), 수원대(3612억원), 고려대(3312억원), 성균관대(2477억원) 순이었다. 누적 적립금이 1000억원이 넘는 대학은 20개대에 달한다.


누적 적립금이 많은 상위 10개 대학 중 적립금 사용이 가장 많은 10개 대학에는 고려대와 홍익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4개대만 포함돼 있다. 수원대와 청주대 등 6개 대학은 적립금을 1000억~2000억원 넘게 쌓아두고도 그만큼 적립금 활용에 인색했다고 볼 수 있다.



등록금 적립 제한, 적립금 운용계획서 등 규제 존재
불이행 시 제재 방안 없어 실효성 의문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적립금 증액 제한 지침 이전에도 대학 적립금 관련 규제는 법 개정과 특례규칙 제정 등으로 있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32조2는 ‘교육부 장관은 해당 대학교육기관과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적립금의 적립 여부, 적립 규모, 적립 기간 및 투자 등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은 적립할 수 없도록 하되, 등록금회계로부터의 적립은 해당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교육시설의 신·증축과 개·보수 목적으로만 적립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2가지 제한사항 모두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 방안이 없고, 건축물 감가상각비만큼 등록금회계에서 적립금을 축적할 수 있는 명분을 대학에 제공했다는 비판이 지적됐다.


올해 1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개정으로 대학의 예산부속명세서에 ‘적립금 운용계획서(명세서)’를 작성하도록 명시했지만, 이 또한 적립금 운용계획을 공개해 건전한 적립금 운용을 유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학 적립금의 상한선을 명확히 못 박아 적립금의 과다한 증액을 막겠다는 이번 조치는 과거와는 다른 보다 적극적인 제한 조치로 눈길을 끈다.


다만 이번 지침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위한 선행과제도 남아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20년 사립대학재정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누적적립금 10억원 미만 대학은 83개대로 전체 사립대의 44.4%다. 누적적립금이 없는 대학도 30곳이다.


지침이 적립금의 과다한 누적을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 지침의 반영 대상 또한 이에 걸맞게 조정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방안이 사립학교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아닌 강제성을 담보하지 않는 지침이라는 점에서 시행 후 실효성 여부도 의문으로 남는다.



국회 차원 적립금 투명성 확보 입법도 진행


한편 사립대 적립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도 진행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상록을) 의원은 지난 1월 대학 적립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학의 장과 학교법인 이사장이 적립금별 적립 규모와 사용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이 이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도록 해 적립금 관리⋅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교육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적립금 사용 내역 공개, 교육부의 실태 점검 등을 통해 대학이 적립금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승환 이승환

기자의 인기기사

관련기사

적립금 1천억 넘는 사립대 11곳 코로나19 특별장학금 한푼도 지급 안해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