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큰 변화 없지만 학생들에겐 부담"…양국 정상화로 피해 최소화 목소리도

[대학저널 신영경 기자] 한일 경제 외교전에 따른 여파가 교육계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과의 국제교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가 하면, 학생들이 나서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보이콧 재팬’ 운동에 교육계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보이콧 재팬(일본 제품 불매)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반발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내세우면서 촉발됐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이와 같은 반일전선은 전방위로 확대돼 교육 현장에도 크게 번졌다. 일본과의 교육·문화 교류 행사를 취소하거나 보류를 검토 중인 지자체가 수십여 곳에 달한다. 교육공무원들은 일본 출장을 자제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등 일본 교류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는 추세다.
전남도교육청은 최근 산하 전체 기관과 각급 학교에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권고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일본을 목적지로 한 공무 출장과 현장체험학습 자제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남도교육청 또한 최근 일본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일본 내 혐한 분위기 확산으로 일본 방문 시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거제, 함안 등 교육지원청 5곳이 국제교류와 문화체험 목적으로 학생들을 인솔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3곳 모두 취소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5일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단의 일본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으며, 충남교육청은 관내 학교·기관 중 일본 국제교류 행사와 수학여행이 예정된 10곳 모두 행사를 취소 또는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2학기에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6개교 중 3개교가 장소 변경을 확정했다. 나머지 학교들도 장소 변경을 논의 중이다.
청소년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학생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고 보이콧 재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의 부용고, 송현고, 의정부고 등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인 학생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이 경제 보복을 풀고 사죄, 반성할 때까지 일본 상품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23일에는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평택교육지원청에서 평택시청소년교육의회 학생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대학가의 상황은 어떨까. 어학 프로그램, 인턴십 등 일본과 국제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 A씨는 “국제교류 측면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는 아직 없다. 오래 전부터 협약을 통해 교류를 이어온 터라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현 상황에서 일본을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프로그램 참여도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 교류활동에 참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도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이 지난 23일 일본과 민간교류를 해 온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방문단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청주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는 일본 방문을 비난하는 글이 가득 올라왔다.

논란이 일자 일본에 갔던 교육청 직원 두 명은 결국 하루 만에 귀국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25일 홈페이지에 교육장 명의로 사과문을 올려 “청주시 중학생 일본 돗토리시 방문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일본 방문이나 국제교류 행사를 중단하는 학교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간 경제전이 격화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양국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교육·문화교류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시국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본과의 교류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일 국제교류는 침체되고,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한일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 교육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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