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형식적 기구 전락 우려"

정성민 / 2017-12-15 13:56:25
위원 구성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늑장 출범, 편향성 도마 위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국가교육회의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잘 담아내고, 합리적인 방안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위원 구성 완료···의장에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국가교육회의는 지난 13일 위원 구성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위원은 당연직 위원(9명)과 위촉 위원(12명)으로 구분된다.


당연직 위원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다.


위촉 위원은 민간에서 임명된다. 1기 위촉 위원으로는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강경숙 원광대 교수 ▲강남훈 한신대 교수 ▲권호열 강원대 교수 ▲김대현 부산대 교수 ▲김정안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 ▲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 ▲장옥선 전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조신 경기도교육재정계획심의위원회 위원 ▲황선준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장이 임명됐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맡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통·협력·효율성을 높이는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다"면서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지난 8월 16일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지난 9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을 국가교육회의 의장으로 우선 임명했다.


신 의장은 1943년 강원 출생으로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법과대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사, 한국노동법학회 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부 의장 등을 역임했다.


앞으로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학술·인적자원개발 정책과 인재 양성 정책의 심의·조정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전체회의와 전문위원회로 구분, 운영된다. 전문위원회 세부사항은 국가교육회의 운영세칙에서 규정될 예정이다.


늑장 출범에 위원 구성 '도마 위'
국가교육회의가 공식 출범했지만 초반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먼저 늑장 출범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초 국가교육회의는 늦어도 9월경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을 의장으로 임명한 뒤 2개월이 훌쩍 넘어서야 위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결국 국가교육회의 예산은 당초 35억 원에서 31억 1800만 원으로 일부 삭감됐다.


위원 구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국가교육회의 당연직 위원과 위촉 위원 가운데 초·중등교육을 대변할 단체와 현장 교사가 전무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국가교육회의가) 국민과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초·중등교육을 중점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교원을 대표할 교원단체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초·중등 현직 교사마저 대거 배제된 점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특히 상당수 민간 위원들이 진보 성향이라는 점에서 코드 인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균형 있게 교육정책을 다루지 못하고, 특정 이념에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로 꼽힌다. 엄밀히 말하면 강 교수는 교육개혁과 거리가 멀다. 다만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신대 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까운 사이다. 김진경 전 교육문화비서관은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조신 경기교육재정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은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지냈다.


형식적 기구 전락 우려···교육계, 당부 목소리 확산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그런데 국가교육회의가 늑장 출범하기까지 교육부는 외고·자사고의 우선선발 폐지, 고교 학점제 등 굵직한 교육개혁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심지어 시행 시기도 못을 박았다. 외고·자사고의 우선선발 폐지는 2019학년도부터 적용되고, 고교학점제는 당장 내년부터 연구학교가 시범 운영된다. 사실상 국가교육회의가 심의할 필요가 없다.


또한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은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원점에서 논의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균형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교육부가 결정한 사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교육부의 방패막이 역할에 그친다.


이에 교육계가 당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총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과 교육현장의 주관심사인 ▲외고·자사고 폐지 ▲수능 개편 ▲초·중등교육의 지방 이양 ▲교육자치 활성화 등을 앞두고 많은 논란과 갈등이 예상, 국가교육회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 결정하겠다고 정부가 공언한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 구성 자체가 늦어진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국가교육회의 구성이 늦어지는 동안 외고·자사고 폐지와 초·중등교육 지방 이양 등의 후속 논의가 정부와 교육청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정부 약속과 다를 뿐 아니라 교육주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따라서 중요 교육현안에 대해 정부와 교육청 주도로 논의·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약속대로 교육현장과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국가교육회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결정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현장의 의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 향후 교육현안 논의와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 등에 있어 진중하고 균형적으로 접근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좋은교사운동은 "현장 교사가 배제되고 지나치게 교수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가교육회의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순히 교사가 몇 명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교수라 하더라도 현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명목상 교사가 들어가는 것보다 실질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좋은교사운동은 "현재 위촉 위원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지금까지 교육개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가교육회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위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계와 전체 국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잘 담아내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좋은교사운동은 "단순히 회의를 몇 번 개최하는 것으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교육 의제를 제기하고 교육 의제를 둘러싼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은 자신들이 교육 문제를 결정하는 최종 주체라는 생각을 탈피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임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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