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연기···혼란 '가중'(종합)

정성민 / 2017-08-31 10:18:52
교육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확정 대신 1년 유예 발표</br>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현행 수능 체제 적용</br>수능 개편 연기 두고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 대립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교육계와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이 2021학년도에서 2022학년도로 연기됐다. 이에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2018학년도 수능 체제와 동일하게 2021학년도 수능을 치른다. 그러나 교육부가 3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교육부의 수능 개편 연기를 두고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능 개편 1년 연기···2018년 8월말 교육개혁방안 발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지난 정부에서 마련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연구, 준비한 사안"이라면서 "교육부는 새 정부 탄생 이후 8월 말까지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교원 간담회, 학부모 경청투어, 권역별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두루 반영한 수능 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능 개편 방안에 관한 이해와 입장의 차이가 첨예, 짧은 기간 동안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안으로 확정하고 강행하기보다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개편을 유예(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은 현재의 수능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이후 종합적인 분석과 연구, 각계 각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대입정책포럼 구성)과 국가교육회의 자문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이 방안에는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고교 체제 개편을 포함한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대입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021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데 있어 어려움과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 정부의 교육개혁을 애정과 신뢰로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달라. 국민들의 기대와 역사적 사명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개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안 발표 이후 절대평가 '도마 위'
앞서 교육부는 2015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문·이과 융합교육 ▲체험·과정중심 교육 ▲토론·참여수업 등이 시행된다. 수능은 2021학년도(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 응시)부터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출제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즉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제4공용브리핑룸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의 주요내용은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 신설 ▲탐구 영역 선택과목 수 축소(2개 과목→1개 과목) ▲과학Ⅱ 과목 출제 범위 제외 ▲직업탐구 영역 통합 출제 ▲절대평가 확대 등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교육부는 절대평가 확대 방안을 1안과 2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기존 한국사 영역과 영어 영역을 포함,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신설)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까지 일부 영역(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2안은 전 영역(7개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시안을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3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안 발표 이후 절대평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즉 절대평가 확대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절대평가 찬성과 반대 요구도 거셌다. 실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1안 찬성률은 35%, 2안 찬성률은 45%로 국민들은 2안을 더 많이 지지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이하 교총)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모바일을 통해 전국 고교 교사 1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안 선호율(55.9%, 902명)이 2안 선호율(35.1%, 566명)보다 높았다.


또한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수학교사모임은 한 목소리로 전 영역 절대평가 시행을 촉구했지만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절대평가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에 대해 대립과 갈등이 확산되자 2021 수능 개편 확정안 발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고, 교육부는 결국 수능 개편 연기를 선택했다.


교육과정, 수능 엇박자···학교현장 혼란
수능 개편이 1년 연기되면서 2021학년도 수능은 2018학년도 수능과 동일하게 출제된다. 대상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을 현행 수능 체제 과목과 동일하게 출제하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학생의 학습량을 고려, 출제범위를 설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2015 교육과정 개정'이 적용됨에도 불구, 수능은 현행 체제가 유지된다는 것. 교육과정과 수능의 엇박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대표적이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신설된다. 교육부도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 신설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수능 개편이 연기, 2021학년도 수능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은 출제되지 않는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애초에 개편 시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개편 시안을 두 종류로 발표했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확정될 경우 그에 따른 대비를 하려고 했던 중학교 3학년 학생·학부모들에게는 더 큰 혼란이 발생했다"면서 "현 수능 체제 존속으로 인해 교육과정 내에서 배우는 교과목과 수능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개정 교육과정 가운데 일부 과목만 예외적으로 수능 실시가 결정되면, 개정 교육과정 적용 첫 해부터 개정 취지가 퇴색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학교 수업 부실화와 학습 부담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가 과정 중심 평가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내신 준비과정에서 점수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했다. 학생부종합전형 점유율(선발 비율)이 지금보다 상승할 경우 과도기적 수능과 각종 활동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기초소양 함양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공통과목이다. 학생 중심 핵심역량 수업과 평가를 위한 교원 역량을 강화하고, 교수학습평가자료를 개발·보급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과도기적 시험 체제를 적용받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021학년도 수능 준비과정에서 어려움과 혼란이 없도록 고교 교육과정의 차질 없는 편성과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개편 연기, 찬반 여론 '팽팽'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이제 수능 개편 시기 연기로 옮겨지고 있다. 먼저 교총은 "시안 발표를 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결정을 연기한 것은 정책의 불신을 더욱 초래할 뿐 아니라 대입 3년 예고제 등 교육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총은 "1년 유예가 됐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수능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시안에서도 보듯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시안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았다"면서 "수능 개편 방안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까지를 총망라한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종합 발표하기로 해 합의점 도출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총은 "수능 개편 방안 1년 유예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밟아온 폐해를 다시 재연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입제도의 방향성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밝힌다"며 "대입제도의 국민적 합의와 법적·제도적 안정성을 위해 정책이나 제도가 한 번 정해지면 쉽게 변경하지 못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고 '대입정책포럼'에도 전문성과 공정성, 대표성을 갖춘 인사가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의원(국민의당)은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송 의원은 "수능은 고교교육, 대입전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번 개편안은 오로지 수능만을 위한 시안이었다. 1안, 2안 모두 기존보다 절대평가 과목이 늘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수능 변별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불공정·깜깜이·금수저 전형'이란 이름으로 불신이 깊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대학 입시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비춰 봤을 때 교육부가 문제점 투성이인 이번 개편안 중 양자택일을 강제하다시피 발표를 강행했다면, 일선 교육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그리고 교육부는 또 하나의 졸속정책을 남겼다는 오명만 남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1년 유예 결정으로 인해 대다수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현장 관계자들의 불안을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1년 후 이번 수능 개편 시안처럼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시행한다면 학생들은 정책 실험 대상이 될 뿐"이라면서 "절대평가 정책의 근본 목표는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부담을 줄여 주고 사교육도 억제하겠다는 것'이란 점을 교육부는 다시 한 번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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