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VS 이사회 갈등, 학교 발전 '제동'

이원지 / 2016-11-02 13:35:14
원인은 '소통부재'…소통이 갈등 줄이는 방법으로 주목

[대학저널 이원지 기자] 최근 대학들이 이사회와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갈등으로 대학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무산되고 총장이 임기를 남기고 사퇴하는 경우도 생겨 대학 발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지난 9월말, 서강대 유기풍 전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남양주캠퍼스 건립 프로젝트가 좌초되자 유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난 것. 당시 유 전 총장은 "지금 서강은 1960년 개교 이후 최대 혼란과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 좌초 문제로 시작, 예수회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강공동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혼란과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며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전 총장 사퇴 배경에는 이사회의 갈등이 원인이 됐다. 서강대는 제2의 창학을 내걸고 2009년부터 7년째 남양주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수회 중심의 이사회가 남양주캠퍼스 건립에 제동을 걸자 학교 구성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서강대 총동문회는 예수회가 이사회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했고 서강대 총학생회장 등은 서강대 본관 앞에서 "남양주 제2캠퍼스 사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현재 이사 13명 중 6명인 예수회 소속 이사회 임원을 4명 이하로 감축하라"며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가톨릭수도회인 예수회 로마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에게 "이사회의 파행적인 학교 운영을 직접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영남대 노석균 전 총장도 10월 초,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외관상 드러난 노 전 총장의 사퇴 배경은 법인 감사결과 보직교수 2명과 팀장급 직원 2명에 대한 학교법인의 징계요구가 발단이었다. 당시 노 전 총장은 "제가 법인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탓이고 부덕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은 총장인 저에게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 교직원들에게 총장으로서 차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런 이유로 총장직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노 전 총장은 2013년 취임 후부터 이사회와 끊임없이 부딪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약대 건물 이전이다. 노 전 총장은 낡고 오래된 약대 건물을 교내 생활과학대 뒤에 건립하려다 법인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학은 약대 앞 잔디밭에 새로 건축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법인은 '그린존'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사회와의 갈등이 연이은 총장 중도사퇴 원인이 된 대학들도 있다. 인하대가 대표적이다. 홍승용 11대 총장은 2008년 이사회에 참석한 뒤 돌연 퇴진했는데, 이사회에서 당시 조현아 이사(전 대한항공 부사장)가 교수 임용과 관련, 홍 총장에게 막말을 하며 서류를 던진 직후라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한겨레>는 "인하대는 교수 신규 채용 문제를 놓고 홍 전 총장과 조 전 부사장의 의견이 충돌했다. 이때 조 전 부사장의 무례한 언행 때문에 홍 총장이 사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홍 전 총장은 2002년 3월 인하대 총장에 취임해 임기 4년을 마친 뒤 2006년 초 연임, 2010년 2월까지 임기 1년 2개월을 남겨둔 상태였다.


이후 이본수 12대 총장과 박춘배 13대 총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는데, 이들 역시 이사회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총장은 2014년 중도사퇴 당시 교직원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10여 년간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던 구성원들의 이해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외부세력의 간섭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외부세력, 즉 이사회와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특히 인하대 구성원들은 '항공기 회항사건'으로 지난 2014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조 전 부사장 등 조양호 이사장 자녀들의 이사회 퇴출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인하대 교수회는 최순자 현 총장이 선출되기 전, '새 총장 선임에 즈음한 교수회의 입장'이란 입장문을 통해 "재단 이사장 자녀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으며, 총장 유고 사태는 우리 학원에 쌓인 적폐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회는 "재단과 모기업인 대한항공은 물론 우리 대학의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그동안 학교 구성원과 아무런 소통 없이 이사장의 개인 인연과 재단의 입맛에 따른 인사들이 연이어 총장으로 선임됐고, 그 결과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인 총장이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인사 난맥상의 책임은 이사회와 이사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상지대는 구재단과 구성원 간의 갈등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학교 운영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학 감사 결과를 두고 내홍이 더욱 심화됐다.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은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1993년 부정입학 혐의 등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뒤 대법원에서 승소, 2014년 8월 총장으로 복귀했다. 그러자 상지대는 김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비대위 측과 김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구재단 측으로 양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9월 8일부터 26일까지 상지대 학교운영 전반과 김 전 총장, 이사회의 논란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처럼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구성원 간의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대학가의 목소리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김삼호 연구원은 "대학 구성원과 이사회의 갈등은 대학 별로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큰 원인은 소통부재"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많은 대학들이 대학평의원회 등 구성원간의 소통 기구를 가지고는 있지만 제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법인에서 원하는 운영방향과 구성원들이 원하는 대학 운영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꾸준히 소통하는 방법만이 구성원과 이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