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학가가 혼돈을 겪고 있다. 법인(이사회)과의 갈등 또는 의견차로 총장 중도사퇴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화여대 학생들과 서울대 학생들은 본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 예수회 강도 높게 비판
노석균 영남대 총장, 법인 특별감사 결과 책임
유기풍 서강대학교 총장은 지난 9월 29일 서강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통해 총장이 된 제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임기 5개월을 남겨둔 채 중도 사임을 스스로 결정, 무어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서강은 1960년 개교 이후 최대 혼란과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 좌초 문제로 시작, 예수회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강공동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혼란과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2010년 4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당시 유시찬 이사장, 이종욱 총장, 박근혜 의원(현 대통령), 동문 등 학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교 50주년, 특별한 서강 비전 선포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비전에는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단순한 대학 이전을 넘어, 남양주캠퍼스를 최고의 명품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진 캠퍼스로 건립하겠다는 게 서강대의 구상이었다.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는 유 총장 취임 이후 2013년 서강대와 남양주시가 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사회의 반대. 즉 남양주캠퍼스 건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부 대학 위치변경 계획서 제출에 관한 건'이 지난 5월과 7월, 예수회 소속 이사회 임원들의 주도로 연이어 무산됐다. 이에 유 총장을 비롯해 학교 구성원들이 예수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유 총장은 결국 중도사퇴를 결정했다.
유 총장은 "예수회 독선과 파행의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에 쌓여 온 누적이 남양주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예수회 회원의 이사회 구성 비율부터 대폭 줄여야 한다. 그것이 서강대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석균 영남대학교 총장은 지난 6일 영남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 총장은 2013년 2월 취임, 내년 1월말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노 총장은 "최근 우리 대학에서 일어난 현안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지난 2월 1일부터 12일까지 법인에 의해 특별감사가 실시됐고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시정 요구사항이 7월 29일 접수됐다"면서 "여기에는 총장 거주 임차아파트 이사 부대비용건, 영남대 약학대학 신축 건물 위치 변경건 그리고 비등록금 예산 운영과 회계 처리건 등 행정상 조치와 더불어 신분상 조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노 총장은 "(대학) 본부는 그동안 법인 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한 대학의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관련 교직원들에게 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사항에 대한 규정 검토 등을 통해 재심의 신청서를 작성했다"며 "이와 함께 법인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9월 9일 재심의 신청서를 법인에 제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재심의 신청은 기각, 교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 총장은 "이 모든 일은 제가 법인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탓이고 부덕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은 총장인 저에게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 교직원들에게 총장으로서 차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런 이유로 총장직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잘 처리돼 우리 대학이 더욱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 총장 사퇴 주장
서울대 학생들, 시흥캠퍼스 사업 철회 요구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으로 촉발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가 요구 조건이다.

앞서 이화여대는 지난 7월 15일 '2016년 평단사업' 추가 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고졸 직장인을 대상으로 '미래라이프(LiFE·Light up Your Future in Ewha)대학'을 설립하고 뉴미디어산업전공(미디어 콘텐츠 기획·제작)과 웰니스산업전공(건강·영양·패션)을 운영한다는 것이 이화여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화여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교육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7월 28일부터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 7월 30일에는 본관에 갇혀있던 대학평의원회 소속 교수와 직원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학교 측의 요청으로 1000명 이상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이에 이화여대 교수들도 경찰 병력 투입을 비판하며,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자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사태는 일부 학생과 졸업생들은 물론 교수들이 평단사업 신청 등 그동안 최 총장의 일방적 학교 운영에 불만을 표하며 사퇴를 주장, 현재까지 본관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이화여대는 학내 갈등에 최순실 씨 딸의 체육특기자 특혜 입학 의혹까지 겹쳤다. 최 씨는 야당이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자 장명수 이화여대 법인 이사장과 이사들은 지난 7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최 총장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장명수 이사장은 "이사회는 평단사업의 좋은 취지를 보고 (사업 신청을) 승인했던 것이지만 중요한 조건으로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을 보며 유감스럽다. 이화가 이렇게 고통받던 시절이 있었던가 생각돼 이사장으로서도 이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총장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고 총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기에 진실되게 사과했어야 한다"며 "대학의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 총장이 힘든 점도 있겠지만 총장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총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주문했다.
윤후정 이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유감스러운 일들이 있는데 첫째 학생들이 본관에 들어와서 평의원회 개최가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처장들과 워크숍을 떠났다는 것을 보면 '과연 그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둘째 경찰을 불렀다는 점인데 우리 학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찰을 부른 적이 없다. 총장과 처장들이 학생들과 대화로 해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이사는 "셋째 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학생들을 나무랐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였다"며 "체대 학생(최 씨의 딸)에 대해서도 추호도 문제가 없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밝히고 만일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총장은 "평단사업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 시작했던 것이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제 불찰"이라면서 "체대 학생 관련해서도 학교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학교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니 마무리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10일 오후 6시경 총학생회 주관으로 교내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폴리스에서 전체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참석자 1980명 가운데 1400여 명이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1000여 명이 본관 점거농성에 찬성,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10일 오후 10시 35분경부터 본관 4층을 점거한 뒤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은 2011년 이후 5년만이다. 당시 서울대 학생들은 법인화를 반대하며 총장실과 행정관을 점거한 바 있다.

서울대는 2007년 당시 이장무 총장 재임 시절 '세계 10위권 도약 비전'을 담은 '서울대 장기발전계획(2007~2025년)'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캠퍼스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캠퍼스 후보지를 공모했다. 그 결과 2009년 경기도 시흥시가 캠퍼스 조성지로 결정됐다. 이어 서울대는 2009년 시흥시와, 2010년 경기도-시흥시와 각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시흥캠퍼스 조성계획을 순차적으로 추진했다.
시흥캠퍼스 조성계획은 2014년 7월 현 성낙인 총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즉 성 총장은 교수·직원·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협의회 운영, 총학생회와의 간담회(25회), 시흥캠퍼스 대토론회 등 학내소통과 의견수렴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서울대는 지난 8월 22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자'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시협약 체결 이후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8월 23일 교내 정문 앞에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밀실체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재학생 48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흥캠퍼스 계획 전면철회가 63.2%의 지지를 얻었다. 이 같은 학생 여론에도 불구, 본부가 실시협약 전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실시협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본관) 공사 때문에 행정부서는 이미 다른 곳에 나와 있다. 공사만 차질이 있을 것 같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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