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이 낳은 진짜 히트상품은 ‘사이버대학’이다

김기연 / 2015-08-31 18:00:32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원대협법 표류 이어<br>사이버대학 경쟁강화사업예산도 전액 삭감 ‘위기’


사이버대학은 고등학교 졸업자나 동등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 학생부, 수능 성적, 대학별 고사(논술 또는 구술고사) 중 1개 이상을 포함한 선발 기준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생은 학사학위과정의 경우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과정의 경우 8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졸업하면 일반 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특성상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재학중이며 고교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한 젊은 층의 비율도 높다.


사이버대가 가진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온라인 수업의 편의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고 수업료는 일반 4년제 대학의 절반 이하이다. 몇몇 사이버대는 수강학점에 따라 수업료를 부과하는 제도도 채택하고 있다. 조기졸업이 가능하도록 1년 4학기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도 있다. 교육영역도 제한이 없다. 사회복지학과, 경영학과와 같은 전통적인 학과부터, 웰빙귀농학과(국제사이버대), NGO학과(경희사이버대), 동양학과(원광디지털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세종사이버대) 등 폭넓은 학문을 자랑한다.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은 오프라인 대학들이 따라올 수 없다.


학생수를 보면 국내 사이버대학들이 어떠한 위상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나타난다. 국내 21개 사이버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회장 박영규 국제사이버대 총장, 이하 원대협)에 따르면 사이버대 총 재학생수(대학원 포함)는 2008년 7만 4806명을 비롯해 2009년 8만 606명, 2010년 8만 6829명, 2011년 9만 4394명, 2012년 9만 6118명, 2013년 10만 7059명, 2014년 11만 5826명 등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젊은 층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군인들은 물론 고학력자와 유명 인사들의 입학 비율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최근 이 사이버대학들을 위축시키는 사안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4월 원대협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법안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이하 원대협법)이 국회를 끝내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 법안은 2009년 첫 상정되어 무려 6년간 계류되어 오던 법이었다. 지난 7월에는 교육부에서 사이버대학들이 주요하게 맡고 있는 평생교육 분야를 담당할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4년제 대학 내에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사이버대학들이 15년간 쌓아올린 평생교육 분야를 4년제 대학에게 주겠다는 뜻이다.


더욱 큰 결정타는 최근에 있었다. 매년 5억 원에서 10억 원 가량 책정되던 사이버대학 경쟁강화사업 예산이 내년도 예산에서는 전액 삭감됐다. 그동안 사이버대학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던 기틀에는 사이버대학 특성화 지원 및 사이버대학의 질 관리 등의 내용을 포함한 ‘사이버대학 경쟁강화사업’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사업은 2007년 처음 시작됐으며 이듬해인 2008년 사이버대학은 정식 고등교육기관으로 전환됐다.


기획재정부가 이 사업에 대한 운영평가 끝에 내린 결론은 ‘사이버대학은 고등교육의 부차적 역할이며 평생학습, 재교육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폐지하고 내년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라’였다. 이번 사업 예산 삭감 결정은 교육부와 정부 부처가 사이버대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사이버대학들을 평생교육만 담당하는, 대학들의 부속기관 쯤으로 여기고 교육효과나 역할 또한 매우 미미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무수히 언급한 것처럼 사이버대학은 4년제 대학 아래 존재하는 부속기관이 아니며 재학생만 수만여명에 달하는 당당한 고등교육기관의 일원이다. 직장인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으나 시간이 부족할 때 제일 먼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찾아보는 교육기관이다.


원대협은 이미 지난 26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 사업 예산 삭감의 심각성을 알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이버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지우기에 나서는 동시에 삭감된 예산 재편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사이버대학들을 계속 위축시키는 의도가 사이버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깨닫지 못한 채 벌이는 일이라면 정부와 교육부는 반성해야 한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전세계에 내세울만한 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이 아니다. 사이버대학들은 IT강국의 토대 위에 수많은 열정과 땀을 쏟아부어 고급콘텐츠와 전문인력을 쌓아왔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원격교육 인프라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전 세계에서 사이버대학들을 찾아온다. 이 아까운 재산들을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날려버리는 정책방향을 교육부와 정부는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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