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 연구자와 일반 국민 사이의 가교 역할 수행
이용두 원장 취임 후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 추진… 유교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 임박
국정과제로 ‘인문가치와 문화융성’ 제시… 청소년 등 대상 인성교육연수프로그램 운영

무릇 한 국가와 민족이 온전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을 보존,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사적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지킨 국가와 민족이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故(고) 단재 신채호 선생 역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역사와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선진국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라면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사명에 따라 1995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설립됐다. 즉 전통 문화유산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교육·보급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출범한 것이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은 국학 가운데에서도 유교문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며 국학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은 ‘IT 전문가’이자 대구대 교수와 총장을 지낸 이용두 원장이 2014년 10월 취임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바로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다. 무엇보다 이 원장은 유교책판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이 원장은 “한국국학진흥원은 국학자료의 수집·보존뿐만 아니라 연구·전시·교육연수가 어우러진 종합 국학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선현들의 빛나는 얼과 정신을 이어받아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고,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인 국학의 새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사회적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국정과제로 ‘인문가치와 문화융성’이 제시됨에 따라 한국국학진흥원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유교정신과 전통문화가 인성교육과 문화융성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우리의 국학자료 속에 선현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한국국학진흥원이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기록자료 속에 숨어 있는 소중한 가치를 연구하고 발굴,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을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을 만나 한국국학진흥원의 설립 배경과 주요사업, 대학교육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한국국학진흥원으로 왔다.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을 맡고 있는 소회라면.
“40여 년간 IT 분야에서 일을 했고 특히 인문과학 분야에 소양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2차례 정도 고사를 했다. 그러나 국학자료의 디지털화 또는 국학진흥원 전체 시스템의 정보화 측면에서 할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3번째 제안이 왔을 때 수락했다.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로 유학을 연구하는데 유가(유학 집안)에서 성장을 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국학진흥원이 전혀 생소하지 않고 요즘에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국학’은 한국의 문학, 역사, 철학, 민속 등 인문학 제반 분야를 주체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학에 대한 이론 연구는 대학 등 많은 연구기관에서 수행해 왔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국민들이 삶 속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정부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을 설립한 것은 연구자와 일반 국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관의 명칭도 ‘연구원’이 아니라 ‘진흥원’으로 하게 된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위치한 곳은 영남지방, 즉 안동 지역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국학진흥원의 출발점은 고서, 고문서, 목판 등 선현들이 남긴 각종 기록자료들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수도권이 아닌 안동에 설립된 이유는 기록자료들이 영남지방에서 가장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생산된 각종 기록자료의 50% 이상이 영남에서 생산됐다. 그 가운데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경상북도 북부지역에서 많이 생산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올해 설립 19주년을 맞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추진한 주요사업은.
“1996년 개원한 한국국학진흥원은 설립 취지에 걸맞은 사업을 수행해 왔다. 무엇보다 전통사회에서 생산된 각종 기록자료를 수집, 최신 시설을 갖춘 수장고에서 보존함으로써 기록자료의 훼손과 멸실을 예방하고 있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은 원소장자에게 자료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고 관리와 활용에 대한 권한만을 위임받는 ‘기탁’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소장 문중이나 개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41만 5000점 이상의 기록자료를 수집했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기록유산 소장기관 가운데 최다 수준이다.”
국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한국국학진흥원의 주요한 역할 아닌가.
“각종 학술대회와 포럼을 개최, 국학연구 결과를 일반 국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학술대회와 포럼의 경우 전문연구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시의성과 대중성이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학술연구 결과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것이 우리를 믿고 자료를 기탁해준 소장자와 운영예산을 부담하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본다. 또한 학술연구 성과를 다양한 형태의 단행본으로 발간·보급함으로써 국학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단행본 발간 외에 일반인들에게 국학연구를 보급하는 방법이 있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2가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방식으로는 국내 유일의 유교문화 전문 박물관인 한국유교문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유교라는 주제가 자칫 진부하고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현대적 기법을 활용, 평이하게 유교적 가치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온라인 방식으로는 사이버유교박물관 외에도 유교문화 포털 사이트인 유교넷(www.ugyo.net)을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유교 관련 주제의 멀티미디어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스토리테마파크에서는 각종 전통시대 일기에 등장하는 스토리소스를 발굴, 실제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국학진흥원 연수부에서는 인근 지역에 산재된 서원, 고택, 박물관 등 풍부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과 인성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업의 핵심은 일정 교육을 받은 노령의 여성들이 어린이교육기관에 파견돼 어린이들에게 선현의 미담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단절된 조손세대 간 문화를 잇고, 아이들의 인성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하지만 물질적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젊은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공공의식과 인성문제가 눈앞의 현안으로 대두됐다. 이에 국가적으로도 인문가치와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본래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을 받았듯이, 인문적 가치와 인성 문제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학술세미나뿐 아니라 단행본 발간, 전시, 연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인문가치를 대중에게 전파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은 국학문화회관이라고 하는 종합 연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부터 이를 최대한 활용, 청소년·시민·공무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인성 교육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원장께서 취임하신 이후 새로운 도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라면.
“국학자료의 디지털화를 들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의 경우 문서와 목판으로 돼 있다. 따라서 연구자나 관심 있는 사람이 실물을 보려면 제약이 많다. 자료가 방대한 데다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장자료들을 3D 또는 2D로 영상화해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도록 해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료들을 일반 대중뿐 아니라 연구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네스코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닌 기록유산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인쇄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6만 5000장 이상의 유교책판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책판은 불교책판을 대표하는 합천 해인사의 8만대장경과 더불어 국내 유교책판을 대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 718종 6만 4226장이 작년 2월에 국내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6, 7월경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책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유교문화와 선비정신이 인류문명의 보편적 발전에 끼친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세계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으면서 유교책판을 영구 보존하는 한편, 우수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대한 구상은 IT 전문가로 대학 교수와 총장을 지낸 이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학시절 소개할 만한 주요 업적과 성과가 있다면.
“대학 교수 시절에는 산업체에서 필요한 기술, 소위 실용기술을 산업체보다 빨리 개발하고자 했다. 당시 학생들과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한글검색엔진, ‘까치네’를 개발했고 네이버에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또한 대형국책과제에 도전을 많이 했고 실제 많은 대형국책과제를 수행했다. 대학 총장 시절에는 대구대가 교육중심대학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시설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도 애를 많이 썼다.”
한국국학진흥원 사업과 대학교육을 연계시켜 보겠다는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연구원들이 유학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30년 후 그 연구결과를 누가 받을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유학을 외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연구내용들이 모두 한문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그 많은 교양과목 가운데 유학 관련 교양과목이 없다. 대학 다니는 동안 유학 교과목을 최소 2과목 정도 했으면 좋겠다.
다만 ‘논어’와 ‘중용’을 갖다 주고 교육하라고 하면 할 사람도, 들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 수준에 맞는 교재를 개발,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 현재 융복합학회를 준비하고 있다. 융복합학회는 국문학·사학·역사학·철학·한문학·교육학·문학 등 인문학은 물론 정보과학·경제학 등을 총망라해 유학을 우리 생활에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가,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유학정신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학회다. 이런 사업들을 모두 합쳐 ‘플러스 30년의 유학 현대화 및 세계화’라고 이름을 지었다.”
대학 교수와 총장 출신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 발전에 대해 조언한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대학을 교육중심대학·연구중심대학·산학협력중심대학으로 구분, 지원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대학 혹은 대학총장을 박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날짐승을 모이라고 하면 날짐승만 모여야 하는데 박쥐는 밤이 되면 ‘새요’ 하고 쫓아오고, 낮이 되면 ‘길짐승이오’ 하고 쫓아오게끔 만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이 비정상화돼 간다.
또 하나는 대학의 자율성이다. 지금은 교육부가 다 끌고 가고 있다. 재정 지원금을 받으려면 ‘여기에 줄서라, 숫자를 줄여라’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되 중요한 것은 평가다. 평가기관들을 조금 더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철저한 평가를 통해 평가자료를 고객들인 학생, 학부모, 기업에 공개함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을 대학만 살아남도록 해야 된다. 즉 대학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지, 관치에 따라 일률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서 살아남으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럴 때 한 가지 뒷받침돼야 할 게 있다. 여건이 안 돼 퇴출되거나 정리되는 대학의 퇴로를 법에 의해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인성교육과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어릴 때부터 그릇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기술만 가르치고 있어 아이들을 큰 그릇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 때 학생들의 그릇을 키우는 교육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또한 고교 시절에는 직업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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