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오류, 오히려 화 키웠다"

정성민 / 2014-10-30 11:40:54
<대학저널> 역대 수능 출제 오류 사례 조사‥조기 인정으로 혼란 최소화

법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 오류 인정 판결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등 교육당국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진리를 탐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평가원이 문제가 없다고 본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지문은 명백히 틀린 것"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2013년 11월 7일 시행된 2014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세계지리 8번 문제로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의 총생산 규모를 비교한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이 포함된 '②번'이었다.


그러나 당시 뉴스와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NAFTA의 총생산액 규모가 EU보다 크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동시에 이의 제기가 속출했다. 이에 평가원은 '오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수험생들과 평가원 간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이후 2013년 12월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항소가 이뤄졌으며 2심에서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8번 문제 오답 처리에 따른 피해 학생은 1만 8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평가원의 대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평가원이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성태제 전 평가원 원장 등 지금은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평가원 노동조합 역시 "성태제 전 평가원 원장이 일방적으로 소송을 밀어 붙인 결과"라며 현 사태의 책임을 성 전 원장에게 돌렸다.


그렇다면 역대 수능 출제 오류 시 평가원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대학저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 평가원은 비교적 빠른 시점에서 오류를 인정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실제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경우 최초 정답은 3번이었다. 하지만 이의제기를 통해 5번도 수능 채점 이전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물리Ⅱ 11번 문제의 경우 최초 정답은 4번이었고 한국물리학회가 4번이 아닌 2번을 정답이라고 주장,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그러나 당시는 수능성적 통지가 이뤄진 후 복수정답이 인정됐기 때문에 수험생 등급이 재산정된 것은 물론 정시모집 일정도 연기됐다. 또한 2010학년도 수능-지구과학 19번 문제는 최초 정답이 3번이었으며 정답 발표 이전 지구과학 담당 교사들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결국 평가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류를 인정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일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전년도 수능에서 세계지리 8번 문제오류에 대한 2심 판결 후에도 교육부가 뚜렷한 입장과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학생 편에서 판단해 적절한 피해 구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평가원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이 상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책임기관인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제라도 상고를 포기하고, 피해 수험생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정감사를 통해 "피해 학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혀, 추후 교육부 차원의 대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수능 출제 오류 사례 조사- 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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