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학령인구감소 예상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는 입학정원 감축을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키며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학들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교육부의 구조개혁방안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 여기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대학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일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 과연 올바르고 합리적인 대학구조개혁방안은 무엇일까? <대학저널>은 ‘<이슈 점검> 대학구조개혁시대’ 시리즈를 통해 총 3회에 걸쳐 대학구조개혁의 현주소와 방향을 짚어본다.
■퇴출‧자진 폐교, ‘문 닫는 대학들’=지난해 12월 대학원대학교로서는 최초로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에 대한 퇴출이 결정됐다. 대학원대학교는 학부 없이 대학원만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을 말한다. 당시 교육부는 “다수의 위법 사항을 시정하지 않고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에 대해 고등교육법 제62조에 따라 폐쇄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는 2012년 감사원 감사와 교육부 현지조사 결과 △부당 학점과 학위 수여 △입학정원 초과 모집과 운영 △학교법인과 학교관리 부실 등 법령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됐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는 대학들이 연이어 퇴출되거나 퇴출 대상에 오르고 있다. <대학저널>이 최근 3년간(2012년~2014년) 교육부의 ‘학교 폐쇄 조치 현황’을 종합한 결과 명신대와 성화대가 학교 폐쇄 명령에 따라 2012년 폐교조치됐다. 2012년 7월에는 벽성대가 퇴출 대상에 올랐고 같은 해 선교청대에 대한 퇴출도 확정됐다. 벽성대와 선교청대는 교육부의 폐쇄명령에 대해 소송을 진행해왔으며 벽성대의 경우 재단 측이 상고를 취하한 상태다.
자진 폐교 대학들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31일부로 문을 닫은 경북외대가 대표적이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건동대가, 2000년에는 광주예대가 각각 자진 폐교했다.
■부실 피해자는 결국 교육수요자=퇴출과 자진 폐교는 현재 대학가에 만연한 ‘부실대’ 솎아내기의 수단이다. 즉 경영이 부실하고 부정과 비리가 만연한 대학들의 경우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교육부가 강제로 퇴출에 나서거나 대학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명신대는 대학 설립 인가 신청 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허위 제출, 대학 설립 인가 후 수익용 기본재산 14억 원 불법 인출 및 임의 사용, 교비 횡령 40억 원, 입학정원 116명 초과 모집, 출석기준 미달 학생(2만 2794명)에게 성적 부여 등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성화대는 설립자의 교비(약 65억 원) 횡령, 법정 수업일수 미달 학생(2만 3848명)에게 부당 학점 부여 등의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경북외대는 2010년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이후 2013학년도에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지정, 신입생 모집이 저조하고 등록금 외 수입이 급감하는 등 교육재정이 악화되자 결국 학교 법인은 자진 폐교를 결정하게 됐다.
문제는 부실대의 폐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즉 교육수요자들의 몫이라는 것. 최대 피해자는 졸업생들이다. 실제 교육부는 벽성대에 대해 부당학위 수여자 837명의 학위취득 취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벽성대의 학교 폐쇄가 최종 결정, 학위가 취소되면 졸업생들은 졸업장을 잃게 된다. 일부 졸업생들의 경우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 국가공인 자격증도 박탈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결국 졸업생들의 취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다.
재학생들도 피해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퇴출 대학이나 자진 폐교의 재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이 추진된다. 하지만 원래 소속 대학과 교육과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편입학이 쉽지 않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원감축보다 부실대 퇴출이 선결과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므로 최우수등급도 사실상 일률 감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최우수등급은 실질적으로 자율 정원 감축이 가능하도록 하고 부실대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최재원 부산대 기획처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고등교육 전문가 100인 대토론회’에서)
“만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의 정원을 줄인다면 학부모들이 반발할 것이다.”(Y대 관계자, <대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2023학년도까지 총 16만 명의 대학정원을 감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절대평가를 실시한 뒤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구분하고 각 등급에 맞춰 정원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즉 ▲최우수 그룹에 대해서는 ‘자율’ 감축 ▲우수 그룹에 대해서는 ‘일부’ 감축 ▲보통 그룹에 대해서는 ‘평균 수준’ 감축 ▲미흡 그룹에 대해서는 ‘평균 이상’ 감축 ▲매우 미흡 그룹에 대해서는 ‘대폭 감축’ 등이 적용된다. 최우수 그룹이 ‘자율’ 감축 대상이기는 하나 최재원 부산대 기획처장의 말대로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정원감축 대상인 셈이다.
그러나 일률적 정원감축이라는 교육부의 구상보다는 부실대 퇴출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14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대학 정원감축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부실대를 폐쇄해 대학 수를 줄이는 방식’이 더 좋다고 답했다. 특히 초중고 자녀의 학부모가 많은 30대와 40대에서 부실대 폐쇄 방식을 선호하는 의견이 약 8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일률적 정원감축에 앞서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고, 경영부실이 심각한 부실대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부실대의 폐혜가 교육수요자들에게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부모 A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우리가 물건을 살 때에도 좋은 물건이 많으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아니겠느냐”며 “대학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들의 정원은 오히려 늘려 더 많은 수험생들에게 진학 기회를 줘야 하고 반면 수험생들이 진학 후 피해를 볼 수 있는 부실대들은 퇴출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실대 퇴출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평한 평가기준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부실대 구조조정 부분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구조조정 자체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대에 집중돼 있는데 (부실대 퇴출 등을 위한 구조조정) 평가기준과 방안이 균형적인 관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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