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대학이 졸업생들의 모교 방문과 동문들의 친교자리로 마련되는 홈커밍데이 행사로 짭짤한 발전기금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홈커밍데이'가 '발전기금 모금데이'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등록금 인하 등으로 대학 재정에 말 못할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에게는 거액을 비교적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졸업생들이 학창시절을 추억하기 위한 자리마저도 발전기금 실적과 연계되면서 행사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커밍데이(homecoming Day)는 자기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졸업 30년 되는 해에 자식과 가족들을 동반하여 모교를 방문하는 미국에서 유래한 행사다. 국내 대학들의 경우 졸업한 지 30주년이 된 학과 또는 동문들을 모아 홈커밍데이 행사를 치르기도 하고 아예 동문 전체를 대상으로 수시로 행사를 마련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학들이 홈커밍데이를 통해 발전기금을 모으는 게 관행이 되고 있다. 일부 명문대에서는 거둬들이는 수익도 예상 밖의 거액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A 대학은 지난달 입학 30주년을 맞은 동문들을 대상으로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얼마 뒤 동기회 대표가 학교 측에 4억 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기금은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모금된 것으로 이날 행사에는 83개 학과 5500명의 동문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1인당 10만 원 좀 못미치는 금액을 낸 셈이다.
이보다 앞서 서울 소재 B 대학도 마찬가지로 입학 3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1억 4000만여 원을 학교 측에 발전기금으로 거둬 들였다. 또한 광주 지역의 모 신학대학은 지난 9월 졸업 30주년을 맞은 동문을 대상으로 기념 동창회 및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했고 이날 참석한 동문 43명이 발전기금 5000만 원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부산의 모 대학 간호학과도 창설 20주년을 맞은 지난 9월 학술대회 및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어 동문회와 학과발전위원에서 모금한 4700만 원을 학교에 기탁했다.
이처럼 대학 입장에서는 일부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 기업, 독지가 등을 통한 발전기금 모금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유치하기까지 어려움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홈커밍데이 행사는 여러 이점이 있다. 개인에게는 소액이지만 다수가 참여하면서 거액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홈커밍데이가 발전기금 모금과 연계되면서 졸업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심지어 행사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소재 한 유명 사립대는 지난 2002년부터 10여 년간 지속해온 홈커밍데이가 최근 무산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행사 계획을 잡고 보도자료까지 준비한 상태였는데 참여도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행사가 급히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동문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의 무리한 발전기금 모금 요구 때문에 행사가 무산된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동문회 관계자는 "각자 생계를 위해 바쁜 시간에 짬을 내 수차례 회의를 거쳐 행사를 준비해왔는데 학교 측이 돌연 행사를 취소해 황당했다"며 "알려진 바로는 학교가 이 행사를 위해 마련한 예산보다 동문들의 기금 모금액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행사를 무산시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측이 동문들의 모금액이 기대 이하라고 생각하고 행사를 접었다는 얘기에 동문들은 당혹감과 불쾌함마저 느꼈다"면서 "홈커밍데이가 옛 추억을 되살리고 흩어진 동문들을 모아 만남의 자리로 마련되는 게 아니라 학교가 동문들에게 발전기금을 받아낼 수단으로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이 홈커밍데이를 발전기금 유치의 장으로만 보지 말고 동문들이 부담 없이 참석하는 축제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학 발전기금모금 관계자는 "최근 반값등록금 등으로 대학이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발전기금 모금은 학교의 시설인프라, 장학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다만 동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홈커밍데이에서 모금을 하는 것은 자칫 동문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본래 취지를 살려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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