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경제와 스티브 잡스

부미현 / 2013-07-07 19:55:57
편집국 대학팀 부미현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로 지금까지 정·재계, 교육계를 막론하고 자주 오르내리는 용어가 ‘창조경제’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워낙 갑론을박이 많았던 개념이라 이젠 그 뜻을 정의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식상해질 정도다. 좋게 얘기하자면 기왕의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뭔가 새롭고 신선한 도전을 통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기자의 짧은 이해력으로 본 창조경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대학가에서 유독 창조경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학이 신설 학과를 선보일 때, 새로 연구소를 열었을 때, 학교 또는 학과의 비전을 언급할 때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창조경제 속에 왠지 알맹이가 없고, 뭔가 허전한 것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어느 대학에서는 아예 창조경제=청년창업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전혀 틀린 게 아닐 수도 있겠으나 그냥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뜻이 정립돼 있지도, 정립될 수도 없는 내용이라 여기저기서 미사여구처럼 쓰이고 있는 것 아닌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일단 무슨 시늉이라도 해야겠기에 마지못해 쓰고 있는 말은 아닌지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창조경제 아이디어를 낸 집단에서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종종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을 거론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와 악동뮤지션의 참신한 노래가 무궁무진한 시장가치를 창출해내듯 창의성을 갖춘 인재야말로 창조경제를 견인할 핵심요소"라며 "교육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도전정신, 창업가 정신을 독려하고, 통섭과 융합으로 여러 지식을 넘나드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미래부와 함께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동양철학에 심취하고, 히피문화를 동경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철학과 인문학은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악동뮤지션은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신세대 가수다. 학교 공부보다는 기타를 잡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을 터다. 이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심취하니 자연스레 인기도 얻게 됐다는 점이다. 스펙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이 이들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제도권 교육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학교는 예체능 시간을 줄이며, 대학은 취업률이 저조한 인문학 관련 학과를 자꾸만 축소해가는 요즘이다. 정부와 교육계가 창의성이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는 고민해보지 않고 간판만 그럴싸한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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