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시간 동안 교수님의 농담까지도 받아쓰면 A4지 80장이 넘어 손에 쥐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문자통역을 보며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이 납니다.”
이 씨는 선천성 지체장애로 1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이다. 친구들에 비해 체구도 왜소하고 상체만 움직일 수 있어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인다. 특수학교를 다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반학교로 옮겼을 당시 모든게 낯선 가운데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시설이 전혀 안 돼 있고,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라 의기소침하며 힘들어할 때 친구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친구들의 도움만 받으며 학교 생활했던 이 씨에게 나사렛대 입학은 큰 변화였다. 대학교 첫 강의가 있던 날, 강의실 앞자리에는 수화통역사가 있었고 청각장애학생들은 수화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수화를 몰랐던 옆친구는 수화통역 대신 문자통역 도우미가 앉아서 노트북을 꺼냈다.
이윽고 교수가 들어오면서 강의가 시작되자 옆에 앉은 도우미의 손이 쉴 새 없이 타자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한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각종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휠체어에 앉아 할 수 있는 문자통역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타자를 연습하며 준비한 끝에 올해 장애학생 학습도우미를 신청했다. 초·중·고 때 받은 도움을 생각하며 다른 장애학생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
이번 학기만 해도 이 씨는 일주일에 무려 49시간이나 문자통역과 대필 봉사를 하고 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청각장애인인 조용훈, 문아리 씨(유니버설디자인학과 2학년)에게는 일주일에 2시간씩 문자통역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문자통역에 의지하여 수업받는 이들을 위해 그녀는 교수의 농담, 학생들의 이야기, 반응 등도 받아 적는다. 요점만 적을 경우 수업에 들어가는 느낌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세세한 것들도 문자로 통역해 준다.
송석호(인간재활 2학년), 전성훈 씨(심리재활 4)에게는 주당 47시간 대필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지체장애인으로 글을 쓰기 어렵지만 들을 수는 있어 수업 내용만 상세하게 대필해주고 있다.
문자통역을 하다보니 집중력도 생겨 공부도 더 잘 된다는 이 씨. “일반학생들도 힘들어하는 학습도우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며 “단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남을 도울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또 다른 능력이라 여기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