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올리려고 찍어 내는 논문은 질 담보할 수 없어"

부미현 / 2013-05-22 09:51:53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성과급 연봉제 반대 목소리 높여 </br>"무엇이 대학교육의 질 높이는 길인지 다시 고민해봐야"

▲이전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특위위원장.
교육부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전격 도입한 국립 교원 '성과급 연봉제'가 교수 경쟁력 제고보다는 교수 사회 불신 조장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교수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이병운 부산대 교수)는 지난 20일 '약탈식 성과급 연봉제' 강행을 중단하라며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성과급 연봉제는 첫 해의 기본 연봉에 성과 연봉 가운데 일부를 더한 보수가 이듬해 기본 연봉이 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성과등급은 상위 20%인 S등급부터 A, B, C 등 넷으로 나뉘며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1.5배 이상, A등급은 1.2배 이상을 받으며, B등급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또 하위 10%에 해당하는 C등급은 성과연봉을 아예 받지 못해 다음해 기본연봉이 동결된다. 교육부는 성과급 연봉제 관련 평가 기준 등의 세부사항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러한 성과 연봉제에 대한 반발을 국공립대학 교수들의 '철밥통 지키기' 라며 비난하는 시선도 적지않다. 성과에 따라 임금 총액을 결정하는 것에 교수사회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과 교수 집단부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는 반응들이 다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처음 성과급 연봉제의 대상이 되는 신임 교수들의 경우 강단에 서자마자 논문 실적을 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등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신임 교수들의 평가는 신임교수들 간 이뤄지고 있다. 평가 기준과 신임교수의 기간은 대학별로 다르다. 하지만 성과급 연봉제가 도입되면 모든 신임교수들은 3년차부터 선임 교수들과 함께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해 적용 대상은 지난해 신규 임용 교수 460명을 포함해 비정년교수까지 포함하면 500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의 모호함과 교수사회의 불신 조장 등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전 경상대 교수(지리교육과)는 "성과급 연봉제는 동료가 돼야 할 교수들이 서로를 평가의 경쟁자로 의식하게 만들고 교수사회에 불신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문제는 성과라는 것이 학과별로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한 학과 단위로 교수들끼리 등급이 결정된다는 데 있다"며 "상대평가에서는 절반이 B, C 등급으로 나뉘고 이들은 연봉이 동결됨으로써 호봉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급여에 훨씬 못미치게 되므로 4~5명이 총원인 학과에서는 분열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신임 교수 채용시 연구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성과급 연봉제가 교수들에게 논문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수를 늘리는 데만 매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산림학과를 예로 들어보겠다. 나무의 성장에 관한 논문을 쓰려고 하는데 그게 1년 안에 될 일인가. 실험에만 3~4년이 소요된다. 장기적인 연구가 꼭 필요한 학과에서 매년 평가를 위해 논문을 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이는 대학 교육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연구했을 때 질적으로 우수한 논문이 나오는 학과 교수들은 연구 의욕을 잃을 수 밖에 없다"며 "지방 모 대학의 경우 성과 평가에 있어서 최근 3년간의 논문 실적을 본다. 그런데 지난해 임용된 신임 교수는 연구 실적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기계적으로 평가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예체능 학과의 경우 실적 평가가 애매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작곡과의 경우 작곡 한편이 논문 한편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인지, 일주일에 연주일정을 열 번 가지면 열번의 논문으로 볼 수 있는 지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성과급 연봉제가 부른 폐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장기적인 연구를 저해할 뿐더러 교수사회의 불신을 조장한다. 또한 앞으로는 많은 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보다 떨어지는 직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면서 "현재도 국립대 교수들의 월급이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우수 인력이 대학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공립대학 교수들은 합리적인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제도 시행을 전면 보류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계자들이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교육부도 문제점을 인식해서인지 일년 반 사이에 제도의 내용을 세번 정도 바꿨다. 문제가 있으면 제도 시행을 보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니면 적어도 올해는 해당을 두지 말고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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