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취업도 밀어내기(?)

최창식 / 2013-05-20 16:53:13
최창식 편집국장

몇 일전 수도권 소재 모 대학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주위 아는 사람이나 업체를 통해 자기대학 출신의 졸업생을 취업시켜 달라’는 내용의 취업청탁 전화였다. 그는 덧붙여 “직원 1인당 여섯 명이 할당됐다”며 “가족 친척은 물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까지 취업알선을 부탁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통화가 끝나고 ‘오죽했으면 대학을 출입하는 기자에게까지 전화를 했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이 앞섰다. 이 대학의 경우 취업관련 부서 교직원은 물론 일반 교수, 직원에게까지 취업알선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유통업계의 ‘밀어내기식’ 관행이 대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밀어내기식’ 취업이 되다보니 ‘좋은 일자리’는 애초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취업의 질’이고 ‘졸업생 개인의 미래’는 별로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대학 입장에서는 일단 어디든 취업해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올리는 게 급선무다.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 걸려있고 올 하반기 발표될 재정지원제한대학이나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에 명단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취업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금 취업률 산정 기준일을 몇 일 앞두고 ‘취업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듯싶다.
지난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명단을 올린 지방소재 모 대학 취업지원실장은 “취업률 기준일인 6월 1일이 다가올수록 피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라며 “이른바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모든 교직원이 취업률 제고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올해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반영비율은 20%에서 15%로 5% 포인트 줄어든다. 하지만 취업률은 다른 지표들에 비해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를 아예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자칫 분규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률 제일주의는 대학을 마치 취업자 양성소와 직업알선기관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각종 편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료 대납, 대학원 허위진학, 교내 단기 취업 등의 취업률 부풀리기는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8월에는 대전소재 모 대학 교수가 취업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대학도 졸업생 취업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취업률 제고라는 작은 목표에 내몰려 대학 본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취업률을 위해 대학이 본연의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잃어버리면 대학은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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