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교사인 홍명희(52) 씨도 “자녀를 지도하는 부모라면 이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교직경력 25년차인 홍 씨는 지금까지 자녀들과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홍 씨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자녀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첫째 아이는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3학년) 에 재학 중이고, 둘째 아이는 올해 연세대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사실 둘째 아이의 경우 고교 시절 초반만 하더라도 연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에 미치지 못했다. 고1, 2학년 동안에는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아이였다. 시험 기간에만 1주일 정도 벼락치기로 공부하면서 게임과 만화책에 빠져서 놀기 바빴다. ‘그냥 적당히 공부해서 수도권 대학 정도만 가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던 것.
하지만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모든 일을 하길 바랬던 홍 씨는 아이가 마음을 잡고 공부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줬다. 그래서일까? 고3이 다가오면서 홍 씨의 교육 방법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목표 대학과 학과를 정한 후 열심히 공부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라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생겨난 용어 가운데 하나가 ‘헬리콥터 맘’ 이란 단어다. ‘헬레콥터 맘(Helicopter Mom)’이란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온갖 일에 간섭하는 ‘극성엄마’를 지칭하는 말로 정의된다. ‘헬리콥터 맘’, 과연 올바른 교육관일까?
홍 씨는 요즘 자녀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학창 시절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며 “어떤 결정을 할 경우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뒀다”고 말한다. 대신 본인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학습 방법과 관련해 학원 다니는 문제도 전적으로 아이의 판단에 맡겼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종합반에 다녔는데 결석이 잦아지면서 학원에 다니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아이와 얘기하면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준 뒤 학원에 다닐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얘기했어요. 그 뒤 당분간 학원을 쉬겠다고 한 아이는 6개월 정도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야간자율학습이 없었던 탓에 오후 4시면 집에 와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가. 시험기간에도 벼락치기로 공부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반에서 10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는 것.
그러나 고교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도 홍 씨는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게 하는 교육 방침을 정한 만큼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6개월 정도 자신만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진로와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더구나 체중이 93kg까지 나갔는데 꾸준한 운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70kg까지 살을 빼는 데 성공했어요. 중요한 건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학습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자녀와 소통하려면 ‘라포(rapport)’를 형성하라
쉰이 훌쩍 넘은 홍 씨는 ‘카페족(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이면서 카카오톡 헤비 유저(heavy user)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확산됐다고는 하지만 50대 이상 연령층의 미디어 이용활용 행태는 젊은이들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씨는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녀들은 물론 제자들과도 소통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아이들을 비롯해 제자들, 학부모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만약 몸이 아파서 결석한 학생이 있다면, ‘어쩌면 좋아요, 빨리 낫길 바래요’, ‘얼른 나아서 웃는 모습으로 보자’ 등과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곤 하죠. 특히 아이들이 쓰는 말을 기억했다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 말을 다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 같은 노력은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홍 씨만의 특별한 소통 전략이다. 그는 “아이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세대들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화할 때 공통의 관심사를 나눈다든지 자녀 세대들이 자주 쓰는 언어, 표정, 제스처, 억양 등을 보여주면 친밀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즉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라포’는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뜻하는 말로 부모와 자녀 간의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될 때 ‘라포’가 형성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만큼 아이들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할 때도 단순히 문자만 보내지 않아요. 적절한 이모티콘은 친근감을 쉽게 유도하거나 말로 하기 힘든 감정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잠시 뜸을 들인 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겠죠.”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배우는 부모자녀 소통법
커뮤니케이션 수용 이론 (Communication Accommodation Theory)
눈높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화두가 된 시대다. 특히 아이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부모들은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감대 형성을 위해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커뮤니케이션 수용 이론 (Communication Accommodation Theory) 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Howard G iles 가 주창한 이 이론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화법을 상대방의 화법과 조화·적응하려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수렴하기 (convergence)’ 와 ‘분리 / 발산하기 (d ivergence)’ 가 있다. 이 중 ‘수렴하기’는 상대방과 유사하게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행동을 조정하는 전략이다. 억양, 목소리, 얼굴 표정 등 상대방의 말하기 방식 과 유사한 행동을 취하면 된다. 상대방이 듣기 쉽도록 하는 말하기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심리적인 친밀감을 강화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말 속도를 변화하는 화법 등이 일종의 수렴하기와 같은 소통 방법이다.
부모의 권위를 내려놓아라
부모에게 권위가 반드시 필요할까? 부모의 권위가 있어야만 올바른 자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대다수 부모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홍 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를 내려놓고 친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의 권위를 내려 놓으니까 아이들이 더 친근하게 부모에게 다가왔어요. 대화의 주제도 공부 얘기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일어난 일부터 자신의 진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어요. 그러다보니 대화의 주제도 점점 더 넓어지더라고요.”
실제로 아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고압적인 스타일로 얘기하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 ‘안 돼’, ‘일단 부모 말을 따라야 해’, ‘자식을 부모만큼 잘아는 사람은없어’…이같은 말들은부모의권 위를 지나치게 의식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홍 씨는 “권위를 통해 아이를 복종시키려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은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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