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의 눈]"대학 교수들 그 입 다물라?"

대학저널 / 2012-02-23 14:22:20
박원순 시장 아들 MRI 바꿔치기 주장한 한석주 연세대 교수 사과</br>대학 교수 지위에 맞게 말과 행동 신중해야 주문

▶한석주 교수.(사진 출처:한 교수 홈페이지)
최근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를 둘러싼 병역 기피 의혹 논란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결국 진실은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줬고 의혹을 제기한 강 의원은 의원직 사퇴까지 내몰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바로 한석주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과장)다. 한 교수는 처음 강 의원의 주장을 지지했지만 박 시장과 가족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의 교수, 또한 성폭행 피해 어린이인 나영이의 주치의로도 유명한 한 교수의 말을 신뢰했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처사였다. 동시에 대학 교수의 '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는 지난해 8월 공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허리 디스크로 4일 만에 귀가조치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재검을 받은 뒤 허리디스크로 판명, 4급 공익요원 근무 판정을 받았다.


이에 강 의원은 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필름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사진 속 주인공은 고도 비만의 중증 디스크 환자라고 주장하면서 MRI 필름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주신 씨의 몸무게와 키가 173센티미터에 63킬로그램 정도의 마른 체질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 의원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한 교수가 감사원에 글을 남기면서다. 한 교수는 지난 18일 감사원 자유토론방에 올린 글을 통해 "연대 의대 외과학 교실에서 근무하는 교수 한석주"라면서 "강용석 의원이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던 중 강 의원이 제시한 MRI 사진을 보고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박원순 아들 박주신의 사진으로 병무청에 제출됐다는 MRI는 등(背部, dorsal site)의 피하지방층 두께로 보아 상당한 비만체의 사진"이라며 "이는 박주신과 같은 체격에서는 나오기 불가능하다. MRI가 바꿔치기 된 것은 제가 보기에는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바로 역전됐다. 주신 씨가 지난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직접 척추 MRI 영상사진을 촬영한 결과 병무청에 제출된 MRI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주신 씨의 몸무게와 키는 이날 측정 결과 176센티미터에 80킬로그램의 다소 비만체질로 드러났다. 이에 강 의원은 즉각 의원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리고 여론의 화살은 강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다. 박 시장이 용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강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수 역시 치명타를 입었다. 한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공식 기자회견 후 나타나 "감사원 게시판의 글은 내가 작성한 글이 맞다. 공개를 할 예정은 없었다"면서 "그 당시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는 173cm, 68kg이었는데 오늘은 176cm, 81kg로 건장한 체격으로 밝혀졌다. 내가 판단한 결과는 당시 가지고 있던 정보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박 시장과 그 가족, 아들이 고통에 받은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밝힌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올린 한 교수의 글이 주목받았던 것은 대학 교수, 그것도 명문대 교수라는 타이틀에 나영이 주치의라는 유명세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한 교수의 배경에 대해 사회적 신뢰가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대학 교수의 '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한 발언, 기존 정보에 기초한 추측이나 판단,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 등은 대학 교수로서는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사실 한 교수 외에도 말이나 의견 표현으로 곤욕을 치른 대학 교수들은 다수다.


실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KAIST 사태와 관련해 KAIST 교명을 비꼬았던 것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당시 KAIST에서 학생 자살이 잇따르자 조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평가 체제로 학생들을 쥐어짜다가는 KAIST가 '살인자들의 멍청한 기술연구원(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조 교수는 다시 트위터에 "어제 KAIST 관련 멘션을 올리면서 영어 표현을 비트는 표현을 썼다. 이 때문에 상처를 받은 KAIST 구성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대학 교수는 그 직함만으로 사회적 신뢰 대상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유명한 교수일수록, 명문대 교수일수록 그런 심리는 더 강하게 작용한다. 정치권에서 대학 교수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한 교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학 교수들이, 그 품격과 지위 그리고 사회적 신뢰에 부응하도록 조금 더 신중해지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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