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교수임용 의혹과 소통 부족 등을 문제삼으며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또한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이사회를 앞두고 직접 혹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계자를 통해 서 총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과부가 서 총장의 퇴진에 개입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학교 안팎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자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던 서 총장이 입을 열었다. 결론은 자진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것. 만일 사퇴를 원하거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총장 해임사유를 밝히고 법과 절차대로 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서 총장은 카이스트 교협과 오 이사장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서 총장은 "그동안 수많은 근거 없는 음해와 비방을 받으면서도 총장이 직접 나서는 게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아 왔다"면서 "이제 학교의 명예를 지키고 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아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우리 학교 교수사회에는 근거 없는 모략과 중상이 일상화된 뒷담화 관행, 특정파벌에 의한 선후배 줄 세우기 문화, 학생·직원·총장 위에서 군림하고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교수들의 특권의식 그리고 사실을 파악하지도 않고 큰 목소리를 내는 일부 교수들의 비상식적, 비윤리적, 시대착오적, 폭력적인 주장에 침묵해 버리는 '암묵적 카르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 총장은 "그동안 취임 후부터 이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실체와 주장이 뒤바뀐 총장 퇴진운동이 지난 9개월간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소통을 안 하는 총장'으로 낙인 찍혀 불명예스러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 내가 나가면 교협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그동안 어떤 대안이라도 언급한 적 있었나. 교협이 내놓은 유일한 대안은 내 사퇴"라면서 "그냥 서남표 하나 잡자고 사람만 바꾸면 학교를 망가뜨려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두고두고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총장은 오 이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 총장은 "임원의 선임과 해임은 법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만일 학내에 도는 소문대로 이사장이 교협회장과 제 거취와 관련해 정보교환을 했거나 무슨 뒷거래가 있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초법적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대단히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자진사퇴할 경우 교수들이 총장을 흔들어 쫒아내는 게 러플린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라면서 "다음에 올 총장들도 교수들이 맘에 안 들어 흔들어 댄다면 또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총장은 이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어 카이스트의 가장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총장은 "진심으로 나의 퇴진을 원한다면 떳떳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총장 해임사유를 밝히고 법과 절차대로 하는 것이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4년 최초의 카이스트 외국인 총장으로 취임한 러플린 전 총장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카이스트 교수들과 불화를 거듭한 끝에 2006년 7월 중도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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