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보다 정보에 투자하는 것이 강남교육의 핵심

대학저널 / 2010-09-01 11:00:21
교육전문 컨설턴트 김은실씨
▲ 김은실 씨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그들은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퀴즈쇼>를 내면서 밝힌 서문의 일부다.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해 태어난 80년생 젊은이의 욕망과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1982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고려대 국문과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저만치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의실 안까지 난입한 사복경찰들,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가던 친구들의 외침이 벚꽃 화사한 봄을 조금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26년이 흐른 2008년 7월, 여학생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는 격전의 현장에 서 있다.

교육의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과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는 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치동’에서 교육전문컨설턴트 김은실(47)씨는 이 모든 풍경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교육전문 집필가가 없었던 90년대 중반부터 ‘교육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사교육 문제를 집중 분석한 책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강남 부동산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왔지만 강남교육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2004년 출간한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언론사는 물론이고 미국 CNN에 방송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부터 김씨는 ‘사교육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교육 관련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90년대 중반 강남 8학군이 형성된 후, 2000년 초부터 강남 8학군의 교육방식이 특별하다는 말은 많이 했지만 ‘왜 그런지’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최고의 학군에는 그에 맞는 최고의 교육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김씨를 그러나 세상은 결코 녹록하게 봐주지 않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말처럼, 남자가 교육전문가라면 ‘공부를 많이 했나보다’하는데 여자가 한다니 ‘돼지엄마처럼 자식이 좋은 학교 들어갔나 보네’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런 편견을 없애려고 김씨는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왔다.

김영하의 ‘퀴즈쇼’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김씨는 작가의 말처럼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 세대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라고 단언한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시대가 어른들 세대라면 지금의 청소년들은 ‘공부가 제일 재미있어요’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으로 평가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다양한 ‘달란트(재능)’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중심에 김씨가 요즘 관심을 가지는 ‘입학사정관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1 모의고사 따른 진학지도 중요
“전교 1등이 영웅시 되는 현상은 글로벌 시대의 인재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 그 꿈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부만 잘하고 사회생활은 빵점인 앞 세대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됩니다.”

이를 위해 김씨는 입학사정관제도와 공교육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항간에 떠도는 “입학사정관제도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김씨는 “아직은 초기여서 제도상으로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한국 교육의 왜곡현상을 바로잡을 ‘구세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교육부에서도 발표한 것처럼 사설학원에서 만들어 준 포트폴리오가 아닌 각종 동아리 활동 등 학교에서 활동한 이력이 점차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씨는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결과에 따른 진학지도의 중요성을 누차 지적한다. 굳이 사교육이 아니어도 공교육 영역에서 진학지도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적성 조사 자료와 1학년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을 보고 수능형인지, 내신형인지, 특기자형인지, 논술형인지를 판가름해 맞춤형 진로지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에 따른 적성별 스펙을 쌓아나가면 굳이 고액의 과외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지론이다. 학부모들이 교사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협의회 등에서 고등학교 1학년 진학지도교사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남들 좋은 학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켰는지 묻자 김씨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우문현답’을 했다. 고3 아들과 중1 딸을 둔 김씨는 집에 들어와서 자녀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꿈은 과학자->우주항공분야->NASA(미항공우주국) 근무 등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직업이 구체화되도록 이끌어 주는 데 주력한다. 또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사춘기인데 가족과의 대화가 ‘방황의 시기’를 단축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함께 하면 자녀교육 효과 '제곱'
자녀교육에 대해 김씨도 맞벌이로 살아가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는 메이저리거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단언한다. 부모의 지도에 따라 공부습관이 정해지는 7세까지 엄마가 옆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아이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이다.

거기다 아버지까지 자녀교육에 참여했을 경우 그 효과는 배수가 아닌 제곱으로 나타난다고 김씨는 역설한다. 아이는 아버지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기 때문에 입시설명회 등에 부모가 함께 참석하는 요즘 풍토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한다.

과연 이 시대에서 대치동, 특히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에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씨는 대치동 교육의 핵심을 ‘정보’라고 압축한다. 변화하는 교육정책을 읽고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뒤의 입시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이른바 ‘강남트렌드’라고 말한다.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지요. 저희와 같은 컨설팅 업체로부터 교육정보를 구매하는데도 적극적이에요. 즉 ‘정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요.

점수 1점 올리는 데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타 지역 부모들이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강남 엄마들의 교육이 거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평범한 것을 열정적으로 ‘실천’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경제적 여유와는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김씨는 앞으로도 부지런히 교육 관련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성적에 의해 아이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교육의 현실이 부끄럽단다. 아이들은 변했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어른들의 교육관은 변하지 않은 세태가 슬프기도 하단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이 땅에 부끄럽지 않은 교육환경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김씨의 한결같은 꿈이다.

김영하는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세상은 질문하는 젊은이를 좋아하지 않아. 자기 대답을 갖고 있는 젊은이를 원하지.”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만은 분명한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할 사람은 바로 이 시대의 부모들이다. 그래야 비극을 슬픔으로 느끼고, 희극을 웃음으로 연기할 줄 아는 아이들과 함께 벚꽃 터지는 봄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김씨는 저만치서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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