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호 기획초대전 ‘하나의 표면, 네 개의 시선’

임춘성 기자 / 2026-09-21 09:33:55

유창호_Scorched Portraits #02_탄소섬유에 uv프린트_72.7x53.0_2026년.

 

유창호. 사진=잇다스페이스

[대학저널 임춘성 기자] 인천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에서는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박준석, 박진화, 유창호, 장영애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초대전 《하나의 표면, 네 개의 시선》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동일한 탄소섬유 원단을 캔버스로 사용해 각자의 작업세계를 펼쳐 보인다. 회화와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가 하나의 검은 표면 위에서 만나면서 탄소섬유는 작품의 단순한 바탕을 넘어 새로운 표현의 매체로 확장된다.


유창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Ash to Art : 카자흐스탄〉과 연결되는 ‘그을린 초상’의 이미지를 탄소섬유 위에 선보인다.


작가는 불길이 지나간 숲에 남겨진 나무를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간과 상처를 품은 존재의 초상으로 바라본다. 파괴 이후에도 지속되는 자연의 기억과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재난의 기록을 넘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다시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번 작업에서 이러한 이미지와 만난 것은 기존의 사진 출력지가 아닌 탄소섬유 원단이다.


유창호 작가는 탄소섬유 특유의 조직과 질감이 사진과 중첩되면서 기존 캔버스와 다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자흐스탄 〈그을린 초상〉의 이미지를 분절하고 겹쳐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 후 UV 프린트한 결과, 흑백 이미지가 예상하지 못한 민트 계열의 색으로 표현되었다.


사진과 재료가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색과 질감의 변화를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성이자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탄소섬유는 사진의 단순한 출력 바탕으로 머물지 않았다. 원단의 조직과 표면이 사진 이미지와 만나면서 색과 질감, 형태에 개입했고, 사진 자체의 표현 방식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물론 작업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 일반 캔버스에 비해 재료비가 높았고, 유광 표면의 반사로 인해 전시장 조명에 민감했다. 조명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작품의 이미지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을 통해 유창호 작가는 탄소섬유 캔버스가 단순한 출력 바탕이 아니라 사진의 색과 질감, 형태에 개입하는 하나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불길이 지나간 숲의 이미지를 담은 사진과 산업적 소재인 탄소섬유의 만남은 이번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탄소’와 ‘흔적’에 대한 질문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잇다스페이스와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이 주최·주관하고, 인천광역시와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한다. 《하나의 표면, 네 개의 시선》은 9월 30일까지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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