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발묘조장(拔錨助長)

이승환 / 2021-12-10 10:30:01

맹자 공손추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그는 논에 모를 심어놓고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매일 아침 논으로 달려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기 벼가 남들의 벼보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었다.


농부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논으로 나간 농부는 벼포기마다 벼의 순(荀)을 모조리 뽑아 올려 놓았다. 그랬더니 벼의 키가 한결 커졌다. 집에 돌아온 농부는 아들에게 그 일을 자랑삼아 말했지만 놀란 아들은 아버지를 탓하며 서둘러 논으로 나가 보았다. 하지만 벼들은 이미 싹이 뽑혀 말라 죽어 있었다.


‘발묘조장’은 줄여서 ‘조장(助長)’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무슨 일이든지 조급하면 해가 된다는 교훈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종종 쓰인다.


세계 발전 시장은 현재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대세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건설된 발전 설비는 풍력 417GW, 태양광 229GW, 원자력 27GW로 재생에너지가 발전설비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탈 원전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31개국 인데, 그 중 탈 원전 정책을 수립하거나 완전 비중을 줄이는 나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하면서 강력한 탈 원전 정책을 추진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자원경제학회의 2013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경제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신고유가사태의 진전, 기후변화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온실가스 배출 규제제도의 강화, 국내 신 성장 동력 창출의 필요성 등의 사건이 촉매가 되어 에너지 기술 정책이 최우선 정책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를 배경으로 에너지 기술 정책의 목표는 한국 에너지산업의 기술능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하기 위해 2006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술개발계획이 착수되고 에너지기술 R&D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기술정책노력이 중점적으로 전개됐고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그런데 7차 전력수급계획안에 따르면, 현재의 계획대로 석탄과 원전을 줄이게 될 때 신재생 발전설비를 2030년애 20%까지 늘려도 2023년부터 설비예비율이 15% 미만으로 낮아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진다.


앞으로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등 4차 산업이 확대되고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전력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바람의 질이 좋지 않아 지금 당장의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다. 땅이 넓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발 가능한 땅이 적어서 기술의 발전이 먼저 일어나지 않는 한 막대한 환경훼손과 지자체의 반대로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입장은 완전 폐기냐 혹은 점진적 폐기냐로 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원자력 기술 수준을 넘어 환경오염의 걱정이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 다른 의견은 없다.


안전한 에너지 발전과 깨끗한 환경을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가야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다른 발전설비를 충분히 마련해야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원전의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력 공금의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묘조장의 우를 범하지 않게 천천히 차근차근 탈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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