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화 > 이럴려고 인사업무 해왔나?
“아니 왜요? 팀장님 부서에 간 친구들은 모두 학벌도 좋고 나름 연구개발 직무에 굉장히 열정이 강한 인재들이잖아요?....”
이 차장이 당황스러워 하자 한 팀장은 곧바로 말을 쏟아냈다.
“그럼. 나도 그런 점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대기업보다 월급이 적고 복리후생비용도 차이가 많이 나고, 큰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서 자존심이 상한다나 어쩐다나...다시 공채 시험을 친다는군. 어쩌겠어. 잡을 수도 없고...”
연구개발팀은 한반기업 미래성장전략에서 차세대 부품 개발이란 미션을 갖고 있는 중요 부서였다. 그래서 인력 배치 과정에서도 엘리트급만을 배치했던 거였는데, 2명씩이나 퇴사를 한다니...이 차장은 당장 인력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우리만 겪는 일은 아니지만, 매번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와 면접을 거쳐 어렵게 선발하고...그리고 배치한 다음에는 비용을 들여 체계적으로 교육훈련까지 반년 넘게 인재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는데요...넘 아쉽네요.
그렇게 한 사람을 뽑아서 배치하여 적응을 하게 만들기까지 저도 그렇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정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요...선배. 제가 이러려고 인사업무를 10년 넘게 해왔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이 차장은 현 팀장이 넘치게 따라준 소주잔을 단숨에 들이켜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반기업은 2년 전 인턴제를 도입한 적도 있다. 대기업들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인턴제를 도입하는 추세에 따라, 한반기업 같은 중견기업도 수개월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업무수행능력 등을 평가한 후 알토란같은 인재를 채용해 보자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내고, 인근 대학들의 취업센터에도 소식을 전파해서 대학 재학중인 고학년 학생과 졸업자 등 100여명이 지원을 했다. 공채와 마찬가지로 서류와 면접 과정을 거쳐 6명의 인턴사원을 엄선해서 뽑았다.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게 이우수 차장을 비롯한 기업 임원들의 판단이었다.
우선 한반기업의 준비가 미비했다. 인턴사원제를 처음 도입하다보니, 체계적인 업무 매뉴얼이 부족했다. 조직에 대한 적응을 비롯해 업무수행 등 대한 현업 부서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매뉴얼이 마련되었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선발과 오리엔테이션, 배치까지는 인사팀에서 당연히 소화하고 수행했지만, 현업부서에서 어떻게 일을 시켜야 할지, 그리고 업무수행능력과 태도 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왕좌왕했다. 그렇다보니 4개월간의 인턴 프로그램 마지막 시기, 합격자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애매했건 게 사실이다.
불합격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인턴사원 A씨는 이우수 차장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차장님 4개월간 정말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과 추억을 안고 떠납니다. 그런데요. 저는 나름 열심히 했는데...아쉬워요. 현업에 배치되고 나서 어느 정도는 체계적으로 교육훈련 받고 현업에서 실무를 익히며 저의 발전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게 주어진 일이 단순작업이나 기초적인 업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인턴사원제를 운영하시면, 앞으로도 다른 인턴사원들도 저와 비슷한 실망감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훨친한 키와 매사 항상 활달한 태도로 인기가 높았던 그의 뒷모습은 애처로왔다. 청운의 꿈을 안고 회사에 들어와 미래설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음에도, 그의 꿈을 실현시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책감에 이우수 차장은 울컥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요즘 젊은 친구들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취직이 가능해. 본인에게도 4개월 인턴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될 테니, 너무 자책 같은 거 하지 마요.”라며 동료 직원이 위로를 해주었지만, 이 차장은 상당 기간 동안 찜찜함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다.
정식 입사에서 탈락한 또 다른 인턴사원 B씨는 조금 사유가 다른 경우다.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나, 전기전자공학 전공을 한 사람이 적임자인 연구개발 3팀을 지원했다. 이유는 화학공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관심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전기전자분야에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대학시절 해당 분야의 공모전에도 나가 수상한 경력을 자기소개서와 면접 시험 때 어필하기도 했다.
한반기업은 비록 전공은 달라도 경력과 열정, 우수한 어학실력 등을 보고 인턴사원으로 선발했었다. 그런데 막상 현업 부서에 배치하고 보니 확실히 대학 4학년 동안 전기나 전자분야 전공을 했던 사원들과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부서에서도 이차장에게 “부서 업무에 일정하게 적합한 사람을 줘야지, 인턴 기간이 길지도 않은데 언제 개별적으로 교육하고 일을 시키겠냐”며 볼멘소리를 뒤늦게 전해왔다.
이 차장은 연고 채용에 대해서도 아픈 기억이 있다.
회사에서는 가끔 종업원들이 주변에 경력이 있는 사람을 추천해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의 경력자를 채용할 경우 굳이 공고를 내서 사람을 뽑는 것보다는, 종업원들이 잘 아는 지인을 추천을 통해 채용하면 시간적•경제적 비용도 줄이고 해당업무의 적임자를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2년 전에는 생산팀에 한 명의 공백이 생겨, 해당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의 소개로 면접을 거쳐 인력을 뽑아보았다. 그는 동종업계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무엇보다 추천했던 직원이 ‘정말 일 잘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강력하게 어필했기에 의심을 거두었었다.
하지만 그의 업무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이왕에 선발했으니 잘 적응하고 실력 발휘를 하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풍부히 제공했지만, 업무 능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가 많은 경력자다 보니, 부서 내 직원들과도 잘 융화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추천한 직원도, 추천에 의해 입사한 경력 직원 모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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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택 박사의 '소설로 배우는 장기현장실습제' 19화(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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