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 ‘평가완화’, ‘예산확보’ 성토, 유은혜 부총리 “대화로 개선점 찾을 것”

신효송 / 2019-01-23 18:55:03
유 부총리, 대교협 정기총회 참석해 총장들과의 대화 시간 가져

[대학저널 신효송 기자] 대학 총장들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만남에서 각종 평가 완화, 예산 확보, 기초학문 활성화 등을 건의했다. 유 부총리는 대학의 목소리를 자주 듣고 개선방향을 찾겠다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3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139개교 총장이 참석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총장들은 저마다 손을 들며 대학운영의 애로사항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사항을 유 부총리에게 전했다.


유 부총리, 대학 자율성 강조…소통채널인 ‘고등교육정책TF’ 제안


본 행사에 앞서 유 부총리는 고등교육 발전과 관련해 모두발언을 했다. 유 부총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대학 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고등교육을 만들고, 대학이 지식창출과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특히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국립대는 국가교육기관으로, 사립대는 건학이념에 따라 자율성, 특수성을 살려 지역사회와 상생협력 속에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고등교육 정책방향과 과제에 대해 대학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이라 다짐했다. 올해부터 실시 예정인 ‘대학혁신지원사업’도 언급하며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시행 예정인 ‘강사법’은 총장들이 함께 노력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한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보호하는 첫 걸음이다. 대학 내 비정규직도 교육가족의 일원으로 고용과 처우가 개선되도록 세심한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정부도 시간강사 관련 예산을 확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강사제도가 정착되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들과의 소통창구를 개설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대학들로부터 국내 고등교육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많다는 비판과 국가 간 지식경쟁 수준에서 국내 고등교육의 수준이 매우 경직됐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교협과 함께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출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TF’ 운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김인철 회장(한국외대 총장)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대학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TF 구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 해법을 제시하는데 사립대학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 각종 평가로 어려움 호소…“현장 목소리 듣고 개선할 것”


본격적인 대화시간에서 대학 총장들이 꺼낸 첫 마디는 각종 ‘평가’였다.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김영섭 회장(부경대 총장)은 “총장들이 퇴임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교육부로부터 평가만 받으며 4년을 보냈다.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였다. 대학의 모든 것이 평가와 관련돼 있다. 대학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실제로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을 관리대상으로 삼고 압박해왔다. 앞으로는 일방적인 평가가 아닌 현장목소리를 듣고 합의를 이끌어내겠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 실행되도록 하는 게 올해에 해야 할 일이라 본다”라고 답했다.


나사렛대 임승안 총장은 “현재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정량·정성지표를 통해 상대평가로 대학의 등급을 매긴다.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생각한다면 절대평가가 시행됐으면 한다. 아울러 대학이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평가주기도 좀 더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각종 평가에서 총장들이 많이 고민하고 부담을 느끼는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평가는 부담요소가 아닌 더 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물리적 제약은 있지만 최대한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나가겠다”라고 답했다.


강사법 등 예산확보 절실…“고등교육 예산 확보에 노력할 것”


대학들이 요구한 두 번째 사항은 ‘예산’이었다. 안동대 권태환 총장은 “최근 정부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생활SOC’ 예산을 8조 7000억 원 편성한 것으로 안다”라며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고등교육 또한 SOC를 책정해주는 것이 어떨지 건의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권 총장은 “현재 지방대학의 경우 교육 인프라의 노후화가 심각해 구성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국가가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OECD 31개국 가운데 26번째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실시 유무, 정확한 규모는 현재 말하기 어려우나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겠다. 아울러 생활SOC 예산은 지역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 구축에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 대학이 지자체와 협력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삼육대 김성익 총장은 강사법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김 총장은 “시간강사들을 위한 재정 확보에 애쓰고 있으나, 서울 소재 사립대 80%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형편이라 굉장히 부담되는 정책이다. 올해 예산 편성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박사과정생들이 시간강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 우려했다.


유 부총리는 “강사법과 관련해 예산을 확보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사립대에 인건비를 지원한다는게 타 부처 입장에서는 맞지 않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문후속세대를 위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예산반영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프랑스의 국가교수제도처럼 학문후속세대들이 꼭 시간강사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1만 3000명에 달하는 박사인력을 모두 지원하는 건 어렵겠지만, 일정 부분이라도 이들을 책임짐으로써 연구가 이어지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앞서 총장들이 얘기한 평가 문제에 있어서도 의견을 보탰다. 특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연차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을 들었는데, 실무진이 굉장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매년 실적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백년대계’의 자세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연차평가는 잣대를 대고 세세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직 시행 전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말씀하신 부분을 반영해 대학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기초학문 육성, 내부고발 애로사항 등 다양한 의견 오가


이외에도 대학 총장들은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발표했다. 충남대 오덕성 총장은 “모 지역에는 대학이 14개가 있는데, 물리학을 다루는 대학은 2개 밖에 없다고 한다. 사회적 수요에만 끌려가다보면 기초학문 보호단계는커녕 고사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최소한 국립대가 이 부분에 책임을 지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와 관련해 인문학, 기초과학 등 기초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3개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3월까지 1차 종합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 강조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우리대학은 교원재임용 탈락과 관련해 소송비용을 교비로 집행했는데, 교육부로부터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처분은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뜻은 이해를 하나, 최근 유치원을 시작으로 사립 교육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공정성 요구가 커졌기에 아주 작은 실수라도 엄격하게 처분해야 하는 것을 이해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비를 사용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향후 대교협과의 TF 구성을 통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평택대 신은주 총장은 “우리대학은 내부고발로 자정노력을 거쳐 비리를 밝혀낸 바 있다. 그런데 다른 비리사학과 동일하게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등급이 내려갔다. 내부고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앞으로 모든 대학이 문제가 발생해도 침묵할 것”이라 우려했다.


유 부총리는 “해당 문제는 일부 의원들도 지적한 부분이다.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감사결과가 나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 부분은 최대한 지혜를 모아 본래의 취지가 살아나도록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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