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이념 논쟁 개선" vs "반발 여론 여전"

정성민 / 2016-11-28 13:23:27
교육부, 현장검토본 공개···'균형 잡힌 교과서', '올바른 교과서' 강조</br>진보진영·야권, 뉴라이트 집필진에 따른 편향성 지적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국정교과서(교육부 명칭은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드디어 공개됐다. 교육부는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개선, 균형 잡힌 교과서 제작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보진영과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에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 확산, 일정대로 현장검토본 공개
교육부는 2015년 10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이하 국정교과서)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 국정교과서는 집필(2015년 11월 말~2016년 11월 말)과 교과서 감수·현장적합성 검토(2016년 12월)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발행 작업 이전부터 야권과 교육·시민단체들이 우편향, 독재·친일 미화 등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발행 작업 이후에도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원고본 공개를 거부하자 야권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정교과서를 주도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최순실 라인'의 핵심인물, 차은택 씨 외삼촌으로 밝혀진 것. 이에 야권은 물론 역사학계, 교육계, 시도교육감, 시민단체 등 전방위적으로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 교육부는 당초 일정대로 28일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이와 별도로 집필진 명단도 공개했다.(※전용 웹사이트 주소: http://historytextbook.moe.go.kr) 교육부에 따르면 집필진에는 ▲선사/고대 부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성락 목포대 고고학과 교수, 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고려 부문: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 이재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고혜령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조선 부문: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근대 부문: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현대 부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세계사 부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허승일 서울대 명예교수,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윤영인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또한 현장교원으로 우장문 경기 대지중 수석교사,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 유경래 경기 대평고 교사, 정일화 강원 평창고 수석교사, 최인섭 충남 부성중 교장,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 등이 참여했다.


교육부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일반 국민은 휴대폰 인증과 공공아이핀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그리고 역사교사는 EPKI(교육부 행정전자서명)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제출 의견은 ▲내용오류 ▲오탈자 ▲비문 ▲이미지 ▲기타의견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금칙어나 비속어 사용 시 시스템상 자동으로 필터링된다.


대한민국 정통성 강조, 독재 미화 우려 불식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올바른 역사교과서(국정교과서)를 개발했다.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대한민국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학계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현장교원들이 개발과정에 참여, 열과 성을 다했다."(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대한민국 정통성이 확고하게 서술됐다. 즉 기존 검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변경됐다. 교과서 본문에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는 내용도 기술됐다. 기존 일부 교과서가 1948년 선거로 탄생한 합법정부 범위를 38도선 이남으로 한정시킨 데에 반해, 국정교과서는 당시 UN에서 합법정부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승인한 사실을 사료와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북한의 군사도발, 인권문제, 핵 개발 등이 상세히 서술됐다. 기존 검정 교과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서술하거나 북한의 군사 도발을 간략하게 다뤘다. 일부 교과서의 경우 '천안함 사건'을 책임 주체 명시 없이 '천안함 침몰'로만 서술했다. 이에 국정교과서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인권문제를 각각 별도 소주제로 구성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으로 명시했다.


또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 이후 각 정권의 공·과와 주요 역사 쟁점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다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는 별도의 소주제로 편성, 친일 부역자 명단과 친일 부역 행위를 상세하게 서술했다.


반면 이승만 정부에서 활동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의 한계가 분명히 규정됐다. 반민특위는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 조사와 처벌을 위해 설치된 특별위원회다.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를 적극 옹호하며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했다. 이에 반민특위는 설치 1년 만에 해체됐다.


독립 운동의 경우 항일 무장 투쟁을 별도 주제로 상세히 서술됐다. 특히 기존 검정교과서에서 소홀히 다뤘던 외교 독립 활동과 여성 독립 운동가 내용이 다뤄졌다. 또한 기존 교과서가 경제성장의 성과보다 부작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충분히 서술함과 동시에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도 별도 소주제로 구성, 서술했다.


국정교과서가 역대 정부의 '독재'를 분명하게 서술한 것도 주목된다. 이는 진보 측에서 제기한 '독재 미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에 이승만 정부 독재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됐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정희 정부의 유신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한 독재체제였음을 명확히 서술했다. 반면 독재에 항거한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 의미와 성과도 자세하게 다뤘다.


이와 함께 국정교과서는 역사 왜곡 대응 사고력과 통찰력 향상을 위한 내용을 포함했다. 즉 독도 분량이 대폭 확대됐으며 기존 검정교과서에 대부분 서술되지 않았던 '동해' 표기의 역사적 연원을 제시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동원의 강제성, 인권 유린, 국제사회 인식 등을 서술했고 동북공정 같은 고대사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고조선 등 고대사 서술을 확대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교과서"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살펴봐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반발 여론 여전, 국정교과서 중단 촉구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며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교과서',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교과서'를 강조하고 있지만 진보진영과 야권 등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특히 현대사 부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즉 교육부가 공개한 집필진에 따르면 현대사 부문 집필진(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가운데 현대사 전공자가 한 명도 없고 뉴라이트(개혁적 보수성향을 가진 신보수주의) 진영 학자(김명섭 연세대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 등)들이 참여했다. 이에 진보진영과 야권에서 현대사 부문이 뉴라이트 입맛에 맞게 제작됨으로써 결론적으로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국절을 반영,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건국절은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기로 봐야 한다'는 뉴라이트의 입장이다. 반면 진보 측은 1919년 4월 13일(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대한민국 수립의 해로 보고 있다. 이에 건국절 반영 여부를 두고 현장검토본 이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다만 현장검토본에는 건국절 표현은 빠졌다. 그러나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을 바꾸며 사실상 건국절이 반영됐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지난 10여 년간 뉴라이트가 줄기차게 주장한 '건국절' 주장이 반영됐다. 이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주장"이라면서 "제헌헌법 전문에는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는 내용과 함께 제헌헌법 제정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통해 민주독립국가가 재건됐다는 사실이 분명히 적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교육부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며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농단에 놀아났다"고 성토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교과서 실체가 공개됐다. 말 그대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항일독립운동사를 축소했다. 냉전 시각 강화 등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 채택했다"며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현대사 전공자는 하나도 없고 대부분 뉴라이트 계열이거나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이하 교총) 역시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교총은 "집필 기준 및 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과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교과서 집필진 구성, 친일·독재 미화와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지 않도록 할 것 등 교총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교총 전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메일 등) 의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 자체의 반헌법적·비교육적 문제를 지적, 국정교과서 중단과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재정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국정화 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교과서'라는 세간의 우려에 앞서 이미 의도와 진행 방식 자체가 반헌법적·비교육적인, 정당성을 잃은 정책이므로 검토와 여론수렴 대상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교과서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행시기 또는 혼용 방안을 검토할 때가 아니라 즉각적인 중단 및 폐기를 선언하는 것만이, 국민과 역사와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청와대와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다'라는 뜻으로 어떤 일에 앞뒤를 재고 결단하기를 망설이는 태도를 비유)하지 말고 즉각 중단과 폐기를 선언하라"며 "우리 교육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협조도 거부할 것이며 강행에 따른 반교육적 폐해를 막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기대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미래의 역군이 될 우리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적 책무이고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보다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우리 학생들이 균형 있는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해 나가는 데 토대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옳고 바른 균형 잡힌 시각으로 올바른 교과서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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