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계는 물론 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20대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
사건 발생일은 지난 5월 21일 토요일 오후 6시경. 당시 A 여교사는 저녁 식사를 위해 선착장 주변에 위치한 B 씨의 식당을 방문했다. 앞서 A 여교사는 지난 3월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으며 학교 관사에서 생활했다. A 여교사는 평소에도 B 씨의 식당에서 종종 식사를 했고 최근 학부모 모임에서도 B 씨를 만났다.
이에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던 B 씨는 A 여교사에게 친한 척을 하며 술을 권했다. 처음 A 여교사는 다음날 섬 일대 여행을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B 씨는 물론 C 씨 등 B 씨의 지인들까지 술을 권했다. 결국 A 여교사는 인삼주를 10잔 넘게 마셨고 정신을 잃었다.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B 씨는 A 여교사를 관사로 데려다 줬다. 하지만 관사에 도착한 B 씨는 A 여교사에게 몹쓸 짓을 했다. C 씨와 또 다른 주민 D 씨도 관사를 찾아 A 여교사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A 여교사는 지난달 22일 새벽 2시쯤 정신을 추스린 뒤 몸에 이상을 느끼자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한 뒤 B 씨의 경우 주거 침입 유사강간 혐의로, C 씨와 D씨의 경우 주거 침입 준강간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분도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인면수심 사건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가해자들을 불관용 원칙 하에 엄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온정주의 배격하고 철저한 수사로 법정 최고형을 이끌어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동안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여교사들의 안전에 관심이 소홀했다는 것. 실제 교총은 "사건이 일어난 관사는 주말에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취약한 실정인데도 CCTV나 경비 인력 등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들과 회의를 갖고 "도서벽지로 발령받는 여성 교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 지역은 관사 시설 노후화 등으로 주거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며, 그동안 안전관리에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여교사들의 안전 없이 교육도 없다. 2015년 기준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76.93%, 중학교 68.59%, 일반고 51.70%다. 전국적으로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는 6500여 명. 이 가운데 여교사는 3000여 명 정도다. 여교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여교사 비율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교사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면 과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특히 도서벽지 학교 학생들의 가정 형편상 누나 같은, 엄마 같은 여교사들의 손길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여교사들이 안전을 이유로 도서벽지 학교 근무를 기피한다면 도서벽지 학교 학생들의 교육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남교사 인력만으로 도서벽지 학교 교육을 감당하기 부족하고 도서벽지에 남교사들만 파견하는 것도 역차별이다. 도서벽지 학생들 역시 남교사는 물론 여교사에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교육부와 경찰이 수습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여교사가 단독 거주하는 관사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은 도서지역에 대한 치안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이번에도 '사후약방문'의 느낌이 있지만 뒤늦게라도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교사의 꿈을 안고 섬마을로 내려갔을 A 여교사. 일각에서는 여교사들이 승진에 필요한 가산점을 받고자 도서벽지에 근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가산점'이 아닌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꿈'으로 일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에 의해 A 여교사의 꿈은 부서졌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술자리에 빠지기 어렵고, 이상한 소문에 휩싸인다는 등 섬마을 근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A 여교사가 속히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 마련과 섬마을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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