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성추행의 전당'으로 추락

정성민 / 2016-05-17 09:37:04
교수에 의한 성추행·성희롱 논란 끊임없이 발생···대책 마련 절실

대학 교수에 의한 성추행·성희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가 '성추행·성희롱의 전당'으로 추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강원도 소재 A 대학 미술교육과의 B 교수가 전공 수업 실기 과목 지도 시 여학생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 교수의 행위는 피해 여학생들이 학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피해 여학생들은 "B 교수가 손이나 팔, 어깨 등을 잡는 것은 일상이며 전공 특성상 기름이 옷에 묻으면 기름을 지워주겠다며 옷 안으로 손을 넣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 대학 총학생회가 신고를 받은 결과 피해 여학생은 17명에 달했다. A 대학 총학생회는 신고 내용을 학교 측에 전달했고, 학교 측은 지난달 29일 B 교수의 수업 배제를 결정했다. 현재 B 교수는 구체적인 해명을 준비하는 등 학생들과 합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합의와 별도로 2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합의 여부와 조사 결과에 따라 B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대학 교수들의 성희롱적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먼저 고려대의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는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 혐오적 말'을 인터넷으로 제보받아 대자보(大字報·대학가에서 벽면 등에 부착하는 글)를 통해 교내에 게시했다.


대자보를 통해 공개된 교수 등에 의한 여성 비하와 성희롱적 발언 사례들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하품을 하다니 무례하네. 그것도 여학생이" ▲"요즘 여자애들은 담배 피던데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담배 피면 안 돼. 여자들은 임신을 해야 하잖아" ▲"우리 여학생들이 긴 머리가 있으면 뒤로 넘기잖아. 그때 머리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너는 책 안 읽지? 너는 책 읽는 것보다 손톱 관리하고 치장하는 게 더 좋지?" ▲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돼 있어" 등이다.


광주여대는 C 교수의 성희롱적 발언으로 곤혹을 치렀다. 광주여대 학생들은 C 교수가 "오줌줄기가 세게 나오면 뒤집어진다. 그래서 남자들이 복분자를 좋아한다. 남자는 서서 조준하는데 여자는 어떻게 하냐", "무인텔에 왜 가는지 아느냐? 부적절한 관계니까 간다", "결혼 전 애 가지는 게 혼수냐?"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으며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광주여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징계위원회는 개최되지 않았지만 이번 학기 내 징계위원회를 개최,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C 교수는 현재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개인 연구활동 과제만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전 교수에게 결국 징역형이 내려졌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강 전 교수는 2008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여학생 아홉 명을 총 열 한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2014년 12월 기소됐다.


이처럼 대학 교수에 의한 성추행·성희롱 논란이 계속 되면서 대학가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성추행·성희롱 문제에 대해 학교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은 "최근 교수의 성차별·성희롱 발언이 불거졌다기보다 (교수의 성차별·성희롱 발언은) 오랫동안 학내에서 문제가 된 성희롱적 피해 사례라고 보여진다"면서 "성희롱 문제 등이 제기됐을 때 학교 측이 개인적 실수나 사소한 문제로 여기기보다 전반적으로 인권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교수에게도 초·중·고 교원 수준의 성폭력 근절 대책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교원 대상 '학교 내 교원 성폭력 근절 대책'은 △성범죄 수사 통보만으로도 가해 교원 즉시 직위해제 △성폭력 관련 징계 의결 기한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 시 최고 파면까지 징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 내 권력구조에서 학생에게 '갑'일 수밖에 없는 교수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한) 자율적인 주의를 기대하기보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성폭력 등을 저지르면 교수 생활이 끝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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