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복은 성적 순일까? 성적 순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아직 행복은 성적 순인 것 같다. 학력(학벌)이 높을수록 생활 만족도와 일자리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따라서 사람들이 보다 나은 학력을 추구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이는 자칫 입시경쟁 과열과 학벌사회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학력에 따른 차별 개선, 고졸 인력들의 노동시장 내 성공 가능성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15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학력(학벌)'의 비경제적 효과 추정'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의 자료를 활용, 학력 수준에 따라 생활 만족도와 일자리 만족도 변화를 분석했다. 학력 수준은 대학별 입학생 평균 대입성적(진학사, 1995학년도)을 기준으로 ▲상위권대(10개) ▲중상위권대(30개) ▲중위권대(40개) ▲기타 4년제대 ▲전문대 ▲고졸 ▲중졸 이하로 구분됐다.

그 결과 전체 유효 응답자 9948명 가운데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만족 혹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31.1%로 3095명에 달했다.
3095명의 응답자를 다시 학력 수준에 따라 살펴보면 상위권대 출신들의 만족자 비중이 54.0%로 과반을 넘어선 반면, 고졸과 전문대졸은 각각 28.8%와 35.1%로 그리고 종졸 이하는 23.1%로 과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대체적으로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일자리 만족 여부에 대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즉 유효 응답자(5461명) 가운데 1255명이 현재 일자리에 대해 '만족 혹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상위권 대학 출신들의 일자리 만족자 비중이 47.0%로 거의 과반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졸과 전문대졸은 각기 19.7%와 26.8%로 과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한 기타 4년제대, 중위권대, 중상위권대, 상위권대 집단에서 대부분 40% 이상의 만족자 비중을 보여 전문대졸(26.8%)과 고졸(19.7%), 중졸 이하(11.0%)의 만족자 비중을 크게 웃돌았다.

그렇다면 높은 학력일수록 소득이 높고 좋은 직업과 지위를 갖기 때문에, 다시 말해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만족도가 높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과 종사상(직업상) 지위를 제외해도 학력 수준별 만족률 효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전문대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졸 이하와 고졸은 여전히 (전문대졸에 비해) 만족률이 각각 11.9%p와 6.2%p 가량 낮아졌고 일반적인 4년제대 졸업자의 경우 (전문대졸에 비해) 약 10%p 안팎의 만족률 상승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경제적 요인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고학력(고학벌)에 따른 만족률 상승효과가 한국사회 내에 뚜렷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를 학벌의 '비경제적' 효과로 칭할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중졸 이하, 고졸, 전문대졸, 4년제졸 순서로 교육연한이 증가할수록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김 교수의 분석을 통해 학력에 따른 차별 경험(차별적 처우 인지)도 재차 확인됐다. 실제 새 일자리에 취업할 때 차별적 처우 인지 현황을 살펴보면 유효 응답자 7400명 중 1356명(18.3%)이 '부당하게 차별적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대 출신의 경우 19.1%가 '차별적 처우를 경험한 바 있다'고 답해 고졸 출신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대로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차별적 처우 인지율이 하락했다.
또한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차별적 처우 인지 역시 학력 수준에 따라 차이가 뚜렷했다. 전체 유효 응답자 9315명 중 726명(7.8%)이 '사회생활에서 차별적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중졸 이하와 고졸 출신의 경우 비중이 각각 11.0%와 7.1%에 이르렀다. 반면 중상위권과 상위권 대학 출신의 경우 각각 4.4%와 1.8%만이 '차별적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 내 과도한 고학력(고학벌) 추구 성향이 마냥 '허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입시 사교육 자제, 선행학습 자제, 불필요한 재수 자제 등을 외치더라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따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과열 입시경쟁을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한다면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진단과 접근이 요구된다"면서 "여기에는 고졸 인력들의 노동시장 내 성공 가능성 증진, 학력(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의 현저한 개선, 경직된 대학 간 서열구조의 중장기적인 완화 노력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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