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벌써 한 달 하고도 10일 이상이 지나갔다. 2월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단순히 날짜 수가 적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들의 대표적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도 있다. 하지만 초등·중·고교생들에게는 졸업식, 종업식이 2월 중 가장 크고 설레는 행사로 느껴질 것이다.
2월 초부터 20일경 까지는 '졸업 시즌'이다. 중·고생의 경우 지난 3년간 열심히 공부했던 성과를 다지고 학우·선생님들과 쌓은 여러 가지 추억을 되돌아보는 날이다. 또 새롭게 다가올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생활을 상상하며 부푼 가슴을 안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첫걸음을 떼는 날이기도 하다. 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필자에게 '졸업식'이라는 단어는 벅차면서도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하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몇몇 이들에게 '졸업식'은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졸업식을 빙자해 상식 수준을 넘어선 학생들의 '세리머니'가 곳곳에서 성행하기 때문이다. 일명 '학생 튀김'으로 불릴 만큼 밀가루와 달걀, 액젓까지 뒤집어 쓴 학생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것은 보편적인 편에 속한다.
선배들이 후배의 졸업을 축하(?)하는 의미로 기합을 주거나 음주를 강요하는 한편 '이제는 더 교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인지 교복을 가위로 찢거나 아예 알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들의 행위는 치기 어린 일탈감과 해방감의 표현이라고 웃어넘기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자칫하면 몇몇 학생들에게 졸업식은 폭력과 성적 수치심으로 점철된 하루로 기억될 수 있다. 이에 결국 수년 전부터 정부가 나서 학생들을 막기 시작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나 경찰청은 건전한 졸업식 문화가 자리 잡도록 캠페인과 선도활동 등을 매년 실시한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19일까지 초·중·고교별로 졸업식 현장에 장학사를 파견하거나 현장 교사들의 지도·감독을 강화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 문화가 없는지를 점검한다.
부산시도 졸업식 시즌 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알몸 뒤풀이, 폭행 등 강압적 뒷풀이가 학교폭력 처벌 대상임을 홍보한 바 있고 졸업식 당일에는 지역 경찰과 기동대를 최대한 동원해 학교와 합동 캠페인 및 순찰을 한다. 인천, 충청, 제주 등 이 같은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학교전담 경찰관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기념촬영 하기, 건전한 교복 물려주기,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 같은 졸업 등으로 경찰 동원에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는 사례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관리·감독에 대해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해 졸업식 분위기가 차분해 져 좋다'고 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한편 일각에서는 '지나친 간섭으로 강압적이고 딱딱해진 분위기가 아쉽다'고 비하하기도 한다.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행동만 비춰 전체 학생들을 일반화해 '학생이 잘못했다'고 비난하거나 경찰까지 동원해 졸업식마저 나라 예산이 지출되는 행사가 돼 버린 것을 탄식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왜 이렇게 됐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전보다 공교육의 위상이 떨어져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졸업은 청소년기에 있어 큰 전환점의 시작이자 한 층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으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인 것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먼저 '졸업의 의미'를 스스로 깊이 곱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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