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먹거리를 지켜주세요"

신효송 / 2015-10-13 10:22:25
[기자수첩]편집국 신효송 기자

우리는 '자라나는 학생'이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시기,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이들보다 먹고 배우는 데 신경 써줘야 하는 존재가 학생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을 보면 우리가 학생들의 바른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충암고 급식감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급식 배송 관련 용역업체 허위 청구 횡령, 불법 입찰 및 부당 수의계약 체결, 직영급식 위장, 식재료·식자재비 횡령 등 4억여 원의 달하는 횡령 비리를 저질렀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충암고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충암고 교장은 식용유를 새까매질 때까지 사용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탕은 하지만 삼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용역업체 허위 청구 및 식재료·식자재비 횡령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전 이사장 또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교육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으며, 감사결과는 소설과 같은 창작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서로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인지는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므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다.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용서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암고는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상당수의 학생이 교실에서 급식을 먹고 있다. 조리원들은 요리를 이동하는 데 시간을 빼앗겨 조리가 간편한 튀김 요리를 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맛이 없고 이상해서 급식을 안 먹는 학생도 일부 존재한다. 사건의 진위를 떠나 실제로 고통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급식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학교장은 충암고의 명예를 훼손한 교육청 관계자, 언론인들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전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학교 발전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강조할 뿐 사건의 본질이나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내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교육자들로서의 올바른 자세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학생들의 먹거리와 학교의 명예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


무엇보다 당장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용역업체 위탁 운영은 교내 급식실의 부족으로 이뤄진 계약이다. 급식이 교실로 이동되는 동안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실에서 밥을 먹는 행위 자체도 위생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일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임시 급식실 또한 안전진단 결과 C등급으로 결코 좋지 못한 상태다.


이에 지난 11일 충암고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급식실 신축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2011년에도 감사결과 비리가 적발돼 해당 부분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추가로 예산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시간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 속에 급식을 먹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얼마 전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는 ‘충암 부모님들 고생하세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학부모들이 아침 등굣길에 직접 만든 주먹밥을 나눠주는 모습이 담겨있다. 동영상을 보노라면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이 목 안 가득히 차는 느낌이다. 이번 사건이 학생들의 먹거리를 지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며, 무엇보다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부터 조속히 해결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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